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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 1세기 동안 베일에 싸였던 `물의 비밀' 풀어

4세대 방사광가속기로 '물 구조변화' 포착

고체상태에서 부피 증가하는 이유 밝혀내

고밀도의 물분자(빨간색)와 저밀도의 물분자(파란색)을 표현한 그림.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물은 다른 액체와 구별되는 특성을 하나 가지고 있다. 고체 상태인 얼음이 되면 오히려 부피가 늘어나는 것이다. 다른 액체들은 고체가 되면 부피가 감소한다.

포항공대와 스웨덴 스톡홀름대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포항에 있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PAL-XFEL)를 이용해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밝혀냈다.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햇빛의 100경(京)배로 강렬한 엑스레이 레이저 섬광을 낼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사광가속기로, 2015년 구축됐다. 포항 가속기의 첫 번째 연구 성과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물은 4℃ 이하에서는 온도가 낮아질수록 부피가 증가한다. 물이 이런 현상을 보이는 원인이 ‘구조 변화’에 기인할 거라는 이론은 존재했지만, 이를 실험으로 입증하지는 못했다. 물의 구조 변화가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단위로 이뤄져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펨토초 단위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로, 물이 얼음으로 결정화되기 전의 물 분자의 구조 변화를 측정해냈다.



분석 결과 물 분자의 길이가 살짝 다른 것이 2가지로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길이 차이는 물 분자가 여러 개 결합한 ‘덩어리’를 형성할 때 더욱 극명해졌다. 길이가 비교적 긴 분자가 많이 포함된 덩어리일수록 부피가 크고 밀도가 낮은 덩어리를 형성했으며, 길이가 짧은 분자를 많이 포함하면 부피는 작고 밀도는 높아졌다. 4℃ 이하에서는 길이가 긴 분자의 비율이 증가한다. 따라서 얼음이 되면 부피가 오히려 늘어나는 것이다. 연구진은 진공상태에서 영하 44℃가 되면, 두 형태의 분자가 같은 비율로 존재하게 된다는 것도 밝혔다.

박용준 포항공대 부설 가속기연구소 기획실장은 “약 1세기 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던 물의 비밀을 이번에 우리 가속기로 밝히게 됐다”며 “포항가속기의 성능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이어 “포항가속기에 앞서 탄생한 미국, 일본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에서는 물 구조를 결국 밝히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최원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포항 방사광가속기는 지금껏 밝히지 못한 자연 현상을 알아내는 데 앞으로도 기여할 것”이라며 “연구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현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손샛별인턴기자 set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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