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이날 “앞으로 그룹 회장이라는 타이틀은 없을 것이고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마지막 삼성그룹 회장 타이틀을 가진 분이 될 거라고 혼자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특검팀이 ‘이 회장 유고 시 그룹 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룹 회장직과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프레임에 맞추려는 특검팀의 의도된 질문이었지만 이 부회장은 애초부터 ‘그룹 회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특검팀의 전제 자체를 무력화한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법리적인 부분도 물론 고려했겠지만 그보다는 평소 삼성의 후계자로서 오랜 기간 생각해왔던 부분을 별다른 계산 없이 솔직하게 얘기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그간 재벌의 선단식 경영 방식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8월 1심 때도 “내 소속은 처음부터 삼성전자였고 업무의 95% 이상이 전자와 전자 계열사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지배주주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단순히 지분 몇%를 확보하는 차원이 아닌 경영능력 입증에 달린 문제라는 소신도 재차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장남이고 외아들이라는 것이 사실이지만 경영을 잘해서 스테이크 홀더(Stakeholder·이해관계자)로부터 인정받아 떳떳하게 (경영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서도 “경영을 잘하고 혁신하고 성장하면 저절로 해결된다”며 “복잡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0년간 다 해소가 안 된 걸 보면 쉬운 문제가 아닌 것 아니냐’는 특검팀 공격에는 “2008년 86개 순환출자 고리가 10년간 7개로 줄었으면 열심히 줄인 것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맞받기도 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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