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자동차주들이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실적 쇼크로 증권가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고 부품주·타이어주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해외시장에서 고전 중인 상황에서 환율마저 불리한 흐름이다. 올해·내년 실적이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주가는 바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신차 효과가 반영되는 2·4분기, 늦으면 하반기부터나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자동차주는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코스피 시가총액 4위인 현대차는 전일보다 3.79%나 떨어진 15만2,500원에, 현대모비스(012330)와 기아차(000270)도 각각 8.21%, 1.18% 하락한 24만6,000원, 3만3,500원에 거래됐다. 코스피가 전날보다 0.49% 오른 2,574.76에 마감하면서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자동차주 하락폭은 깊어졌다.
현대차의 하락은 실적 부진과 미국·중국 등 해외시장의 판매부진 전망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4·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4조5,010억원, 7,752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0.2%, 24.1%씩 하락했다고 전일 공시했다. 어느 정도 부진을 예상한 시장의 기대치마저 30%가량 밑도는 수치다. 지난해 전체로도 영업이익(4조5,747억원)이 전년보다 11.9% 감소했다. 전일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반등하며 바닥을 확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원화 강세와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은 반등의 발목을 잡았다. 핵심 해외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수요는 줄어든 상황에서 싼타페 등 주력 모델이 노후화된 점이 부담으로 꼽혔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재고는 4.4개월분으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지만 신차가 없다 보니 판매 인센티브로 지출되는 비용은 오히려 경쟁사들보다 더 많은 상황이다.
당장 극복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4분기에는 환율 하락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부분 파업의 영향도 남아 있다”며 “벨로스터·싼타페 등의 신차 출시 효과는 2·4분기 이후에나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영증권은 현대차의 실적 회복 예상 시기를 하반기로 늦췄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도 “미국 시장에서의 인센티브 감소, 혹은 지배구조 재편이 발생하기 전까지 현대차의 주가는 박스권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IBK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삼성증권·신영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이 줄줄이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계열사인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등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1.1%나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기아차 역시 4·4분기 영업이익이 3,024억원으로 시장의 예상치를 28%나 밑돌았다. 환율과 신차 효과, 미국·중국 시장에서의 수요 회복 없이는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만도(204320)·한국타이어(161390) 등 자동차 부품주, 타이어주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만도와 한국타이어는 이날 전일 대비 각각 6.14%, 1.78% 떨어진 27만5,000원, 5만5,100원에 장을 마쳤다. 실적이 발표되기도 전에 예상치보다 낮을 것이라는 우려가 가중됐기 때문이다. 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이 최근 만도와 한국타이어의 실적이 예상치에 못 미칠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낮췄다. 당분간은 자동차 대장주들보다는 중소형 부품주 등에 관심을 돌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대한 매출 비중이 60% 이상인 에스엘(005850), 전기차 소재에 필수인 경량화 소재를 생산하는 성우하이텍(015750) 등을 추천했다. 이밖에 피앤이솔루션(131390)·엘앤에프(066970) 등 중장기적 성장이 기대되는 전기차 관련주도 관심 종목으로 꼽힌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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