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볼 때 민간 제트 여객기를 타고 가다가 죽을 확률은 0에 가까워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인명 피해는 발생했다. ‘에비에이션 세이프티 네트워크’에 따르면, 2017년 민간 여객기 또는 화물기의 사고 사례는 10건이며, 이로 인해 44명이 사망했다. ‘에비에이션 세이프티 네트워크’는 14명 이상이 탑승한 민간 여객기 또는 화물기의 추락 사고에 주안점을 두었으며, 키르기스탄에서 지상 주기 중인 화물기에 사고가 일어나 35명이 죽은 사례는 집계하지 않았다. 또한 네덜란드 기업인 ‘투70’의 집계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항공 사고로 14명이 죽었다고 한다. 이들은 이륙 중량이 5.7톤 이상인 민간 여객기만 집계했다.
그리고 ‘에비에이션 세이프티 네트워크’의 최고경영자 해로 랜터에 따르면, 마지막 제트 여객기 추락사고가 벌어진지 400일 이상 무사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것은 무사고 세계 신기록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변호사이자 전 미국 교통부 감찰관인 메리 시아보에 따르면, 1990년대야말로 항공안전의 획기적 개선이 있었던 시기라고 한다. “항공안전의 개선 정도를 살펴 보면 이 시기에 매우 큰 발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990년대에는 충돌 방지 체계, 첨단 지상 근접 경보 체계, 개량된 항공교통 관제 방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시아보는 승무원 인적자원 관리 역시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승무원 인적자원 관리란 조종사 간의 의사소통 방식을 가리키는 항공업계 용어다. 시아보는 조종사들은 상대방의 결정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아보와 마찬가지로, ‘에비에이션 세이프티 네트워크’의 랜터 역시 지난 20년간의 안전성 향상 노력 덕택에 2017년의 항공 여행이 지극히 안전해졌다고 말한다. 그 원인은 다양하다. 특정 장비의 개발 때문만은 아니다. 항공 업계 전반에 걸쳐 지난 사고들을 조사하고 그 교훈을 학습했다는 것이다. 또한 엔진 신뢰성 개선과 자동화율 증대도 안전성 향상의 원인으로 꼽혔다.
그리고 조종사나 항공 교통 관제사들이 아무리 사소한 준사고라도 마음 놓고 보고할 수 있는 익명 보고 제도도 안전성 향상에 기여했다고 랜터는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 NASA는 1976년부터 보고자의 비밀이 보장되는 항공 안전 보고 체계를 운영했다. NASA는 이후 접수된 준사고 보고서의 결과를 데이터베이스와 뉴스레터 형식으로 공개했다.
막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도 사실대로 알아보자. 이 뉴스레터는 지난해 12월, 조종실 안에서 뱀을 보았다는 보고를 들은 어떤 조종사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뱀은 그 이후 다시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자 그 조종사는 비행기를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그 조종사가 쓴 글은 다음과 같다. “나는 ‘디스패치’에 연락해, 정체 불명의 파충류가 타고 있는 비행기를 조종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비행 도중에 그 뱀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착륙 접근 중에 나오면 더욱 위험하다.” 뉴스레터에 따르면, 그 조종사는 다른 비행기를 지급받았지만, 뱀 목격 신고가 들어온 비행기도 어떻게든 계속 운용되었다고 한다.
‘투70’의 에이드리안 영도 랜터, 시아보와 의견을 같이 한다. 그는 이러한 안전성 향상이 최근 들어 급작스럽게 일어난 현상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수십년간에 걸친 항공 안전 개선 노력의 결과다.” 그는 또한 더욱 튼튼하고 화재에 강해 안전한 신형 항공기의 출현, 공항과 활주로 인근의 장애물 제거 등도 안전 향상 원인으로 꼽았다.
물론 지금도 비행은 태생적으로 위험하다고 그는 지적한다. 그는 스마트폰, 랩탑,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광범위한 보급에 대해 우려한다. 이런 배터리들이 옷 가방에 실려 화물실로 몰래 반입되었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업계 전체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블랙리스트
마지막으로, 유럽 연합은 유럽 내 취항이 금지된 ‘블랙리스트’ 항공사를 공개했다. 기피해야 할 항공사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중 인도네시아의 어느 회사 항공기는 2017년에 추락 사고를 일으켜 1명이 사망했다.
시아보는 “그건 타면 안 되는 항공사들의 명단이다”라고 말한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ROB VERGE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