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STX조선해양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생산직 75% 감원 원칙에 현재 1,400명가량인 직원 가운데 상당수가 회사를 떠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인적 구조조정과 함께 급여와 경비 삭감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2차 컨설팅 전에는 30% 수준이었던 인력 감축 요구가 최근 75%까지 크게 늘었다”며 “채권단에서 최대 5년 생존 계획을 세우면서 최소한 이 정도는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STX조선의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에 성공하면 작은 규모나마 회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현재 STX조선의 수주 잔량은 16척으로 내년 3·4분기까지 일감이 남아 있다. 이런 배경에서 채권단은 2차 컨설팅 전에 STX조선을 살리기로 하고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해줬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STX는 법정관리를 한번 갔다 온 후라 체력이 남아 있다”며 “거기에 실탄도 있고 해서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성동조선은 ‘생존기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가기로 했다. 법정관리의 경우 문을 닫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성동조선은 어떻게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성동조선은 오히려 기회를 잡은 것이고 그냥 뒀으면 바로 부도가 났을 것”이라며 “STX조선처럼 법정관리 가서 구조조정 후 살아남는 게 마지막 방법”이라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두 회사 모두 정부가 회생 기회를 한 번 더 준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정부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STX조선만 해도 조선업계에서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생산직 75% 구조조정이라는 가혹한 조건도 회사에는 부담이다.
성동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법원에 기능조정(블록·수리공장 전환)을 건의하면서 청산 대신 법정관리를 택했는데 그 이후의 판단은 오롯이 법원 몫이다. 법원이 판단해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성동은 청산된다. 앞선 1차 컨설팅에서 성동은 청산가치가 7,000억원으로 존속가치(2,000억원)의 3배가 넘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생존기대’ 법정관리가 책임회피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라며 “마지막 기회를 줬다지만 두 회사 모두 시간만 허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소 구조조정 방안과 별도로 정부는 한국GM이 공장을 폐쇄한 군산과 법정관리행이 유력한 성동조선이 위치한 경남 통영의 일자리 대책도 이번 산업경쟁력 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발표할 계획이다.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과 고용위기 특별지역 지정을 포함해 중소 조선소의 협력사를 위한 금융지원 방안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고용정책기본법상 고용위기지역 지정이다. 고용위기지역은 지역 내 기업의 대규모 도산 또는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안정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정해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당시 경기 평택과 2014년 중소형 조선사가 잇달아 폐업한 경남 통영 등 두 곳이 지정됐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고용보험을 통한 고용안정 지원 등 종합 취업지원대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고 자치단체 일자리 사업에 대한 특별지원도 가능해진다.
두 번째 지원안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이다.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이란 쉽게 말해 경제·산업 분야의 특별재난지역이다. 특정 산업 의존도가 높고 해당 산업의 위기로 대규모 휴·폐업이나 실직 등 지역경제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 지정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제도가 만들어져 2월 한국GM 공장이 폐쇄된 군산에 정부가 처음 적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특별지역으로 지정되면 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재정지원과 연구개발(R&D), 사업화 지원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의 지정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개정·공고했다. 개정안은 ‘지역의 주된 산업 중 2개 이상 산업에 위기가 발생했다고 판단되는 지역’과 관련해서 정량지표를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지역 지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조만간 고용위기지역 지정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공고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조선업 협력업체 전업(轉業) 및 판로 모색, 근로자 전업(轉業) 등을 돕는 방안까지 대책에 포함 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김영필·김상훈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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