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은 환율변동을 시장 기능에 맡기되 급격하고 무질서한 쏠림 현상이 있을 때만 부득이 미세조정해왔다. 하지만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국제사회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었다. 경상수지 흑자를 내기 위해 특정한 방향으로 개입한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해왔고 미 재무부도 IMF 보고서를 인용해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환율보고서에 적시해왔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를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해왔다.
당국의 조치는 일단 긍정적이다.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높일 뿐 아니라 당국이 환율시장을 통제한다는 국제사회 일각의 의구심을 불식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측면도 있다. 정부가 가입 여부를 검토 중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회원국에는 공개 의무가 부여돼 있기도 하다. 베트남과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이 최근 공개를 약속한 이유다. 만일 우리가 미적댄다면 우리 외환시장의 투명성이 자칫 중국과 같은 부류로 취급될 우려가 있다.
관건은 부작용 최소화다. 환투기세력이 공개된 내역을 역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1~3개월 뒤 공개하는 주요 기축통화 국가와 달리 우리는 공개 시차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 기술적으로 세밀한 방안 마련이 요구되지만 무엇보다 공개로 인해 외환당국의 시장안정 기능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자면 시장개입의 전략과 전술도 공개 이전과 달라져야 할 것이다. 공개목적이 환율시장 투명성 제고이지 투기세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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