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의 키워드는 ‘CSI’로 요약된다. 단명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대부분의 CEO가 연임하며 임기를 이어가고(Consecutive), 이들 대부분이 영업통(Sales)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투자은행(IB) 업무에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IB 업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30일까지 2주에 걸쳐 대부분의 증권사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중 10여 개 증권사는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한다. 증권사 CEO들의 첫 번째 키워드는 연임이다. 시장의 부침에 따라 성과가 좌우되는 증권업의 특성상 CEO들이 단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경영의 연속성을 보장받고 연임하는 사례가 늘었다. 특히 10년 이상 장수하는 CEO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2일 주총에서 유상호 사장의 11번째 연임을 확정한다. 한투증권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리는 등 매년 성과를 입증해온 결과다. 지난 2007년 최연소 증권사 CEO 기록을 세운 후 오는 2019년 3월까지 12년간 사장 임기를 이어가며 최장수 CEO 기록을 연장하고 있다. 김남구 부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보증권(030610)도 같은 날 주총을 열고 김해준 사장의 5번째 연임 안건을 의결한다. 2008년 처음 CEO에 오른 김 사장은 2020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된다. 나재철 대신증권(003540) 사장과 홍원식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사장은 올해 주총에서 3번째 연임이 결정된다. 나 사장은 2012년부터, 홍 사장은 2013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밖에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과 주익수 하이투자증권 사장도 연임에 성공했다.
과거 전략·기획통이나 재무통이 주목을 받았지만 요즘은 영업통이 중용되는 추세다. 증권사 사이의 인수합병(M&A)이 마무리되고 수수료 무료 경쟁으로 증권사들의 영업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유 사장은 과거 영국에서 근무할 때부터 글로벌 영업맨으로 인정받았고, 나 사장 또한 대신증권에 입사한 이래 지점과 본사에서 1등 자리를 놓친 적이 없을 만큼 영업통이다. 이 사장도 리테일과 법인 영업 등을 두루 거치며 신한금융그룹에서 영업통으로 인정받은 후 하나금융투자 대표에 올라 리테일 경쟁력을 강화했다. 21일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확정되는 구성훈 삼성증권(016360) 사장도 삼성생명 시절 영업 베테랑으로 불렸다.
NH투자증권(005940)은 김원규 사장의 후임으로 정영채 IB사업부 대표를 사장으로 내정했다. 기업공개(IPO), 인수금융 등 NH투자증권의 IB 부문을 업계 최상위권으로 이끈 결과 농협금융그룹 최연소 CEO에 올랐다. 유 사장은 초대형 IB 중 유일하게 발행어음 인가를 받았지만 미래에셋대우(006800)(최현만·조웅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의 CEO들은 초대형 IB 시대에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것도 주된 업무로 언급된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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