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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정부에 긴급서한 보낸 정신치료 세계석학들

건보 적용·전문의 한정 등 우려

주디스 벡 "상담치료 훈련 부족땐

오히려 환자들에게 해악" 경고





정부가 오는 5월부터 인지·행동치료 등 상담정신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가격을 낮추겠다고 내린 결정에 대해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대신 상담치료를 제공하는 주체를 정신과·신경과 전문의로만 한정하겠다는 결정에 따른 비판이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심리치료 전문가로 활동해오던 임상심리사 등이 배제돼 전문성 있는 인력의 부족으로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관련 학회 등에 따르면 세계인지행동치료학회의 회장단은 최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상담정신치료의 주체 선정과 관련한 긴급 서한을 보냈다.

회장단은 서한을 통해 “선진국에도 인지행동 및 심리치료를 제공하는 주체를 다루는 법안은 있지만 임상심리사 등을 주체에서 배제한 경우는 없었다”며 “정신과의사는 물론 적절한 훈련을 받은 지역사회 내과의, 임상심리사, 전문 간호사 등은 모두 훌륭한 치료자가 될 수 있다”는 취지를 전달했다. 이어 “최근 추세는 오히려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광범위한 정신건강전문가 집단을 인지행동치료 전문가로 양성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심리 치료적 개입 주체가 반드시 정신과·신경과 전문의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인지행동치료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주디스 벡(Beck) 미국 펜실베니아대 교수도 “정신건강에 대한 지식 및 훈련이 부족한 임상가들의 인지행동치료는 오히려 환자들에게 해악일 수 있다”는 경고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담치료에 대한 훈련 경험이 부족한 신경과 전문의들도 치료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걱정을 나타낸 것이다. 주디스 벡 교수는 인지행동치료의 창시자 아론 벡 교수의 딸이며,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벡인지치료연구소 소장도 겸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환자의 비용 부담이 컸던 인지·행동치료에 대해 이르면 5월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상담을 필요로 한 사람의 왜곡된 믿음이나 부정적 생각을 찾아내 개선·수정함으로써 우울증·공황장애 등을 고치는 치료법이다. 건보 적용 시 회당 5만~26만원에 달했던 상담 비용이 1만 6,500원(의원급 재진 기준)까지 저렴해질 전망이지만 치료 주체를 정신과·신경과 전문의로만 한정한 점이 논란이다. 실제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지난 17일 공청회를 열어 “복지부의 결정은 임상심리전문가 등 지난 20년간 국내 정신건강 문제에 헌신해온 전문가들을 배제하는 것이다. 신경과 전공의 가운데는 전문적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도 많아 임상심리사를 배제한다면 인력이 크게 부족해질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정신건강관리의 주체로 임상심리사를 배제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현행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의료인(의사·간호사)만 할 수 있기에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더 큰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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