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과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친척 관계다. 방 의장이 네 살 형이다. 두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혈연인 두 사람이 비즈니스에서도 혈맹을 맺었다. 지난해 넥슨을 제치고 게임업계 매출 1위에 오른 넷마블이 대세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의 지분 25.71%를 인수해 2대주주가 되면서 양사는 자본으로 얽히게 됐다. 게임·엔터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두 최고경영자의 개인적 인연이 이번 자본 제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자본 제휴는 양사에 윈윈이다. 넷마블은 빅히트엔터에 대한 투자로 방탄소년단이라는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했다. 빅히트로서는 넷마블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자본력과 사업 역량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든든한 우군을 배경으로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리니지’ 형제의 흥행에서 확인됐듯 게임 산업에서 IP의 힘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넷마블 역시 IP 확보에 노력해왔지만 자체 IP 확보에는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넷마블의 최대 히트작인 ‘리니지2 레볼루션’은 엔씨소프트에서 산 리니지 IP를 활용해 개발했고 지난해 말 출시된 ‘테라M’ 역시 IP는 블루홀 소유다. 마블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마블퓨처파이트’ 역시 자체 개발하고도 마블 캐릭터를 사용하기 위해 로열티를 디즈니에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지분 투자로 넷마블은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IP를 단번에 확보하게 됐다. 방탄소년단은 ‘불타오르네’와 ‘DNA’ 등 대표곡이 유튜브에서 3억뷰 이상을 기록하는 등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확실한 IP다. 넷마블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게임·음악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넷마블과 빅히트 간 사업적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넷마블의 게임과 이종(異種) 문화콘텐츠 간 결합을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 계획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방 의장은 지난 2월 열린 제4회 넷마블 연례 기자간담회(NTP)에서 이종 문화콘텐츠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장르의 개척을 강조하며 방탄소년단의 영상과 화보를 활용한 실사형 시네마틱 게임 ‘BTS 월드’를 최초 공개한 바 있다. BTS 월드는 상반기 중 출시될 예정이다.
넷마블은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음원과 영화, 애니메이션 제작·유통·판매 등을 신규 사업으로 새로 추가했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에서는 넷마블이 게임을 통해 발표하는 음악과 영상 유통사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IP를 활용해 가상현실 게임과 증강현실 게임 등 이전까지 넷마블이 주력하지 않았던 플랫폼의 게임 출시도 점쳐진다.
한편 넷마블의 지분 투자로 빅히트엔터는 SM과 JYP·YG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빅3’와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기반을 마련했다. 세계적인 팝스타 반열에 오른 방탄소년단을 게임이라는 다른 경쟁사들이 갖지 못한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 알릴 수 있게 된데다 새로 유입된 자금을 통해 다양한 신사업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 빅히트엔터 관계자는 “게임 산업에서 이미 IP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보유한 넷마블과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재무적 관점과 전략적 관점을 두루 갖춘 투자자와 같이 일하며 더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양사록·우영탁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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