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위치한 사립 온라인 대학교 웨스턴거버너스(WGU)의 성공은 미국 내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지난 1997년에 설립된 이 대학은 이미 직업을 갖고 있지만 업무 역량에 한계를 느끼는 이들, 업계의 변화에 뒤지고 싶지 않은 이들을 주로 겨냥했다.
현재는 크게 경영·정보기술(IT)·교육·건강관리 등 4개 분야에서 60여개 전공 학사, 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지만 언제든 업데이트된다. “일자리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직종과 관련된 교육을 제공한다”는 게 모토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선 현장에서 제일 필요한 콘텐츠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해당 분야의 기업·기관 등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건강관리 분야에서도 ‘건강 정보(Health Information)’ 전공을 택한 학생들은 전미병원연합과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이 같은 체계 덕분에 WGU는 북미 지역 대학을 평가해 순위를 발표하는 학생참여전국조사(NSSE)에서 지난해에도 여타 대학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다. 전반적인 교육 품질은 평균치보다 20%포인트 높았고 다시 대학을 택하더라도 WGU를 고르겠다는 응답이 평균 대비 26%포인트 많았다. 또 지난해 9월 조사에서는 WGU 졸업생들의 학자금 대출 채무불이행 비율도 4.6%로 전미 평균(11.5%)의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 이는 학교 졸업생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좀 더 높은 급여를 받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찾는 인재를 길러내려면 산업과 맞닿은 교육 프로그램, 취업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보다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학이 학문의 진리 탐구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졸업 후 취직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보다 실용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대학에서도 현실과의 접목을 더 늘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수요자 중심의 ‘주문식 교육’이 건학 이념인 영진전문대가 대표적이다. 지난 2월 국내 대학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에 취업 사무소를 개설했다. 상주 직원이 현지 취업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해 제공하고 일본 기업과의 연계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영진전문대는 이전부터 꾸준히 해외 취업을 지원해 올해 졸업 예정자 중 165명이 해외 취업을 확정했다. 특히 이 중 146명은 일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취업한 곳도 소프트뱅크·라쿠텐·야후재팬 등 쟁쟁한 기업들이다. 영진전문대는 일본 외의 국가로 해외사무소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포스텍도 2016년부터 방학기간을 3개월로 늘려 학생들의 사회 참여를 장려하는 ‘하계 사회경험 프로그램 (Summer Experience in Society·SES)’을 시행해오고 있다. 포스텍 학생들은 SES를 통해 학교에서 마련한 SES 인턴십이나 해외 프로그램, 여행이나 봉사활동 등 강의실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인턴십을 택하는 학생들은 포스텍과 제휴한 삼성·LG전자·SK하이닉스·SAP·오라클 등 국내외 대기업과 제넥신·엑셈 등 벤처기업, 막스플랑크연구소, 캐나다 필즈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등 국내외 연구소에서 현장을 경험한다. SES는 2016년 275명, 2017년 355명 등 포스텍 전체 학부생의 절반에 가까운 총 630명의 학생이 거쳐 갔다. 이제 막 자리 잡은 프로그램이지만 먼저 인턴십을 요청하는 기업도 생겨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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