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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배'인줄 알았는데…알고보니 자궁근종?

출산연령 늦어져 26~35세 발병률 10년새 3배

로봇수술, 정교한 절제로 손상 적고 회복 빨라

미혼이라도 초음파 검사 정기적으로 받아야 

김미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자궁에 근종이 생긴 여성에게 영상과 모형을 보여주며 치료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미혼여성이라도 자궁·난소의 건강을 지키려면 정기적으로 초음파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또 생리통이 심하면 진통제만 먹으면서 병을 키우지 말고 자궁내막증이 있는지 산부인과 검사를 받아보세요.”

김미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교실 과장 겸 자궁근종센터장은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이 심해져 통증과 난임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며 “초음파 검사를 해보지 않으면 자궁과 난소의 상태를 알 수 없는 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궁근종은 여성에게 생기는 가장 흔한 양성종양이다. 자궁 근육층을 구성하는 자궁근육 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이른 초경, 늦은 결혼·출산·폐경, 임신 무경험, 비만 등이 위험요인이다. 자궁근종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월경과다·월경통·골반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자궁을 누르거나 자궁 안으로 돌출돼 있으면 난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근종을 제거하면 임신율이 올라간다. 근종이 있는 상태에서 임신을 하면 조산을 하거나 태아의 위치가 잘못돼 제왕절개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김 교수와 예방의학교실 김석일 교수팀이 건강보험 표본 코호트 및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임기(15~55세) 여성의 12.5%는 11년 안에 자궁근종 진단을 받는다. 35~39세, 40~44세 연령층은 그 비율이 22%나 된다. 연간 자궁근종 환자 발생률의 증가속도가 결혼·임신이 많은 26~35세 연령층에서 가장 가파른 것도 문제다. 지난 2003~2013년 사이 이 연령층의 자궁근종 환자 발생률은 26~30세가 3.5배(0.21→ 0.73%), 31~35세가 2.7배(0.38→ 1.02%)로 증가율 1·2위였다. 결혼과 첫 임신·출산 연령이 늦어지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자궁근종 환자 발생률이 가장 높은 46~50세의 증가율은 1.7배(1.68→ 2.88%)였다.

김 교수는 개복·복강경·로봇수술을 두루 한다. 자궁근종 로봇수술의 경우 2010년 문을 연 자궁근종센터가 최근까지 831건을 했는데 이 중 650건을 김 교수가 집도했다. 국내 1위다.





로봇수술의 최대 장점은 정교함이다. 자궁근종 절제 수술을 받은 여성이 임신을 하려면 수정란이 착상되는 자궁 안 손상을 최소화하고 남은 조직이 자궁의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게 자궁 구조를 복원하면서 꼼꼼하게 봉합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임신 중 자궁파열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실제로 자궁내막을 누르거나 침범한 거대 근종을 김 교수팀이 로봇수술로 절제한 기혼여성 중 임신을 원하는 환자의 79%가 자연임신에 성공했다.

이들 중에는 근종이 크고 수가 많은데다 위치마저 안 좋아 자궁을 드러내야(전부절제) 한다는 진단을 받고도 아기를 낳으려고 수소문 끝에 김 교수를 찾아와 “자궁을 살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한 여성도 있다. 수술 때 자궁내막이 노출돼 이를 봉합하는 고난도 수술을 받거나 20개가 넘는 근종을 떼어내고도 자연임신에 성공한 여성, 직경 12㎝나 되는 자궁근종이 발견된 여중생, 자궁근종 절제수술을 받고 잇따라 두 아이를 분만한 여성도 있다.

자궁근종이 크고 다른 조직과의 유착이 심하거나 근종 숫자가 많고 위치가 나빠 복강경수술이 어려운 경우 로봇수술이 유리하다. 복강경 수술보다 훨씬 더 나은 시야를 확보하면서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어 절개부위·출혈·수술 후 통증과 흉터·수술부위 유착·자궁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고 회복이 빠르다. 아기를 더 낳을 계획이 없어도 빠른 직장복귀를 위해 로봇수술을 선택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

다만 로봇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본인부담이 1,000만원을 웃돌고 상태가 나쁜 경우 개복수술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뼈대로 한 문재인케어가 본격 시행되면 건보 혜택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똥배가 심한 여성이 자궁근종 때문인지, 비만 때문인지 스스로 감별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비만인 경우 뱃살이 전체적으로 움직이지만 자궁근종 때문에 똥배가 심해졌다면 야구공처럼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자궁이 움직이는 게 느껴질 수 있다”며 “하지만 여성들이 자가검진을 통해 그 차이를 인식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똥배가 심한 경우 자궁근종이나 난소 낭종 때문인지 초음파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혼여성의 자궁근종은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고 ‘임신을 해야 하니 자궁을 건드리는 수술은 안 된다’고 잘못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정기 검진을 통해 너무 늦지 않게 진단을 받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본인과 자녀 건강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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