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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금강산·개성공단·전력인프라…통큰 합의땐 '대북특수' 급물살

●남북경협 해빙모드

폐쇄된 개성공단의 전경/서울경제DB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재계에서는 ‘대북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경협을 주요 의제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비핵화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못 박았지만 최근의 화해 분위기를 고려하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진전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26일 산업계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북 봉쇄가 풀리면 경제협력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향후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과 이후 실행 과정을 통해 비핵화와 북미수교, 평화협정 체결 등과 같은 북미·남북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종속변수일 뿐인 남북경협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는 신중론도 함께 나오고 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을 가진 현대아산은 남북 화해 무드에 따른 사업 재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아산은 남북 사업이 한창일 당시 관련 인원이 1,300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는 10분의1 수준인 150여명으로 쪼그라든 상태. 다만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후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북한 관련 사업을 준비해온 만큼 두 달 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소 떼를 몰고 북한을 방문하고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해로 그 의미를 크다”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숙박과 안전·운송 관련 시설 등 제반 준비를 거쳐 두 달 안에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S그룹에도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북한의 전력 인프라가 크게 취약하다는 점에서 대대적 투자가 이뤄질 경우 LS니꼬동제련·LS전선·LS산전·E1(LPG 전문기업) 등이 사업 확대의 호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LS그룹 입장에서는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계열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룹 관계자는 “중단됐던 경협이 풀리면 과거 개성공단에서 운동화(LS네트웍스)를 만드는 데서 더 나아가 사업을 키울 호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북한 지역에서 송전 등 인프라 투자수요가 발생할 경우 주요 그룹사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농업용 트랙터를 만드는 LS엠트론 등도 사업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아산 TF 구성 금강산 준비

“두달이면 당장 사업 가능하다”

LS “송전 등 인프라 투자 수혜”

개성공단 업체는 ‘회담後’ 준비



레미콘 업계 등도 기대감 고조



중소기업계에서는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을 중심으로 ‘회담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폐쇄를 선언한 후 2년2개월째 멈춰 있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본 뒤 방북신청을 다시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은 5차례 방북신청서를 냈지만 모두 성사되지 못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을 맡았던 문창섭 삼덕통상 대표는 “2년 전 개성공단이 갑자기 폐쇄돼 기계설비를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연다면 정부를 믿고 투자한 기업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성공단은 저렴한 비용과 언어적 장점 때문에 입주기업 대부분이 재입주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전반 전력기기나 개폐기류를 생산하는 광명전기, 이화전기 등 전력기기 업체들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는 “남북관계의 불확실성 때문에 망설이던 업체들도 이번에 정부가 확실한 보장을 해준다면 당연히 북한 쪽으로 진출할 용의가 있을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환경 변화로 국내에서 공장을 돌리기 힘든 중소제조업체로서는 개성공단은 물론 제2의 개성공단이 잇따라 조성돼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게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수요 증가로 수혜가 기대되는 레미콘 업계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김성대 울산레미콘협동조합 이사장은 “(남북 경협에 참여하는 것이) 리스크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해빙 무드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지역은 기반시설이 열악한 만큼 레미콘 업계 입장에서는 다양한 사업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황해도 해주에서 모래를 들여왔던 골재 업계도 거래 재개를 신중하게 점치는 분위기다. 노무현 정부 당시 황해도 해주·남포 지역에서 모래를 들여오는 길이 열리면서 골재 시장이 안정을 찾은 경험이 있다. 이와 관련해 1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 모래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만성적인 모래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북한산 모래 수입을 꼽고 있다. 황해도 해주에는 3억㎥ 정도의 모래가 매장돼 있어 10년 가까이 안정적인 골재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와 개성공단 입주기업 등 2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한 달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향후 남북관계를 묻는 질문에 82.5%가 “희망적”이라고 답했다. 정상회담이 화해 무드로 이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장기적으로 북한에 투자하거나 진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업들 절반 이상(51%)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대북사업에서 기회 요인으로는 ‘도로·철도 등 인프라 개발(33.3%)’ ‘새로운 사업 기회 모색(33.3%)’ ‘저렴한 노동력 활용(15.2%)’ ‘동북아 해외 거점 확보(9.1%)’ 등을 꼽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 분위기에 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국내외 경영 여건이 모두 나빠지고 있지만 대북 특수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 최우선적으로 재개할 수 있는 것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인데, 이 두가지는 남북경제협력의 축이고 상징이었던 만큼 이들이 재개돼야 2단계, 3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했던 비핵화나 종전협정, 평화체제 선언 등을 좀 더 구체화하고 확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민정·고병기·김연하·박해욱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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