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상무의 경영승계는 예고된 바지만 이런 점이 공식화됐다는 점은 승계작업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의미가 있다. LG가 구 상무로 후계를 공식화한 가운데 재계 최대 관심사를 세 가지로 짚어봤다.
◇具 회장 ㈜LG 지분 상속은 얼마나=구 상무는 그룹 지주사인 ㈜LG 지분 6.24%를 보유해 구 회장(11.28%), 구본준 LG 부회장(7.72%)에 이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전체 32명 중 세 번째로 많다. 재계는 구 상무가 구 회장 지분을 상당 부분 상속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종가 기준으로 주당 7만8,800원짜리 ㈜LG 주식 1,946만주를 보유한 구 회장 보유지분 가치는 약 1조5,000억원이다.
30억원 이상에 대한 상속 최고세율은 50%지만 경영권 있는 지분이라는 점이 고려돼 세율에 30% 할증이 붙는다. 그러면 최종 세율은 65%까지 올라간다. 단순 계산하면 구 상무가 내야 할 세금 최대치는 1조원에 가깝다. 하지만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65% 세율은 최고치일 뿐 각종 공제 혜택을 받으면 실제 내야 할 세금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위협이 없는 정도까지 상속세를 지분으로 내거나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구 상무가 구 회장 보유지분 중 얼마를 받을지도 관심이다. 전부 다 받기는 유류분 환급소송(구 상무 형제가 일정 상속을 요구할 권리)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송이 붙지 않을 정도의 적정 지분만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구 상무가 ㈜LG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구 회장 보유분의 절반 정도만 받아도 10% 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세 후계자’ 구광모 경영 활동은=구 상무가 재계 서열 4위 글로벌 기업의 후계자라는 점에서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구 상무는 오는 6월 ㈜LG 사내이사 정식 선임 때 지금 맡고 있는 B2B사업본부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부장에서 물러나 그룹 전체를 보는 책임 있는 직책을 새로 맡을 수 있다.
구 상무가 ㈜LG 등기임원에 오르기는 하지만 곧바로 대내외적으로 그룹 대표자의 역할을 수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의 한 관계자도 “구 상무가 지주사의 이사회 일원으로 그룹 주요 현안을 챙기는 경영 측면에서 전면에 나선다는 의미지 사내외 공식행사에 나온다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구 상무는 2006년부터 경영수업을 받았지만 보수적 LG 가풍에 따라 외부에 노출된 적이 거의 없다. 일부 가족행사와 해외에서 개최되는 전시 현장에 나타난 정도다.
◇구본준 부회장 ‘독립경영’ 언제 어떻게=재계에서는 지난해부터 그룹 경영을 이끌어온 구 회장의 동생 구 부회장이 구 상무의 승계로 독립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과거 LS·LIG그룹 사례처럼 장자가 아닌 형제들이 계열 분리해 독립했던 사례를 봤을 때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구 부회장이 LG 내 일부 사업을 떼어낸다면 어떤 계열사를 갖고 갈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구 부회장의 현재 역할에 당장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현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LG 안팎에서는 그룹 주력 사업을 지원하는 밸류체인 내 밑단에 있는 사업들을 주목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LG의 신성장 사업이나 주력 사업을 계열 분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구 부회장의 장남 구형모 LG전자 과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코넬대 경제학과를 나온 구 과장은 2014년 LG전자에 입사해 현재는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구 과장은 전자제품 업체 지흥 최대주주여서 향후 독립경영 과정에서 이 지분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이다. 구 과장은 ㈜LG 지분도 0.6%도 보유하고 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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