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보군(步軍·보병)이 입은 갑옷인 면피갑(綿皮甲·면직물로된 갑옷)이 약 10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면피갑은 국내외 12점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착용자의 묵서까지 남아 있어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조선 후기 갑옷을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인근 상트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으로부터 기증받아 30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유물을 공개했다. 재단은 지난 1월 면피갑을 기증받았으나 이후 분석 작업과 보존처리를 거쳐 이날 공개했다. 이 유물의 입수경위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으나 재단은 상트오틸리엔수도원 신부들이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1910∼1920년대 수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전용 갑옷인 면피갑은 길이 101㎝·어깨너비 99㎝이며, 안쪽에 갑옷 착용자로 판단되는 인물의 이름인 ‘이○서’(李○瑞) 묵서가 있다. 1808년 편찬한 군정(軍政) 관련 서적인 만기요람(萬機要覽)을 보면 ‘피갑 2,892벌을 보군에게 나눠주었다’는 기록이 있어 당시에는 흔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현존하는 유물은 국내외에 12벌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면직물 겉감에는 둥근 못을 촘촘하게 박았고, 연화당초무늬 인문(印文)이 선명하게 보인다. 안감에는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흑칠을 한 가죽 3겹으로 만든 갑찰을 부착했다.
면피갑을 기증한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은 2005년 경북 칠곡 왜관수도원에 ‘겸재정선화첩’을 영구 대여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과 2016년 식물 표본과 17세기 익산 지역 호적대장을 한국에 돌려줬다. 이어 지난 1월에는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이 설립한 성 베네딕도회 오딜리아연합회 소속 뮌스터슈바르자흐수도원이 국내 최초 양봉 교재로 알려진 ‘양봉요지’를 영구 대여 형태로 반환해 지금까지 총 5번째 반환이 이뤄졌다.
재단은 테오필 가우스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 관장이 “갑옷의 기증을 통해 조선시대 갑옷에 대한 정밀 분석과 심층 연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기쁜 마음으로 기증을 허락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기증식에서도 “우리는 이번 기증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은 1911년에 건립되어 아프리카와 한국에 파견된 선교사들이 수집한 수많은 문화재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컬렉션은 복식, 공예, 도자기, 회화, 지도, 서적, 조각 등 1,700여 점에 달한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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