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경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이 3.9%로 유지됐다면서도 “우리가 6개월 전 암시했던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징조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가장 크고 어두운 징조는 무역이 이뤄지는 방식, 관계가 다뤄지는 방식, 다국적 기구들이 운영되는 방식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발생한 신뢰의 저하”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전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에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을 투하한 미국이 이틀 전 캐나다 퀘벡 주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나머지 6개국과 극명하게 대립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리 회담장을 떠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G7 공동성명 발표 직후 성명 내용을 부정하고 수입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등 각국은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날 미국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도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콘퍼런스보드는 이날 발표한 ‘2018 하반기 세계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올해 2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춘 연 3.2%로 제시했다. 에릭 룬드 연구원은 “미국이 수입 쿼터를 설정하는 등 무역시장에서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콘퍼런스보드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미국에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관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3.0%로 지난해의 2.4%보다 0.6%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한국 성장률은 지난해 3.1%에서 0.3%포인트 하락한 2.8%에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경기선행지표인 소비자신뢰지수(CCI)에서도 한국과 미국이 격차를 보여 양국의 성장률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올 1·4분기 CCI는 세계 평균이 106이었지만 한국은 59로 베네수엘라(57)와 함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미국은 123에 달했다. 콘퍼런스보드는 1985년 100을 기준으로 CCI를 발표한다./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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