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의 금리 역전 폭이 넓어지면서 금융투자업계에도 불안감이 드리웠다. 신흥국 자금 유출로 국내 증시까지 타격을 입을 가능성 때문이다. 다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된 북미 정상회담이 이 같은 우려를 상쇄해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증시가 단기적으로 출렁일 수는 있지만 저가 매수의 기회를 포착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25bp(1bp=0.01%포인트)에서 50bp로 확대되자 증시의 불안도 커졌다. 지난 3월 한미 기준금리가 10년여 만에 역전된 데 이어 그 폭이 더 벌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코스피는 전일보다 1.84% 하락했고 코스닥도 1.2%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증시에서는 신흥국의 자금 유출과 증시 급락 등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날 아시아 주변국가인 홍콩(항셍지수), 일본(닛케이지수), 대만(가권지수) 등도 1% 안팎으로 하락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네 차례로 올리면서 달러 강세와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신흥국 자본유출 우려도 커졌다”며 “과거에도 신흥국에서 자본이 유출되면 국내 역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사례가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리 역전보다 재무건전성·환율·기업실적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외 여건 등이 양호하기 때문에 금리 역전으로 급격하게 외국인 자금 유출이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3월에도 기준금리가 역전됐지만 자금 유출의 기미는 포착되지 않았다. 원화 가치 강세와 시장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단기적인 증시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저가 매수에 나서라는 조언도 들려온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4월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이미 조정을 받았고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환율, 견고한 펀더멘털 등을 감안할 때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증시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정책을 조정할 수 있어 추이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금리 역전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이 오더라도 남북관계 개선의 효과가 이를 상쇄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은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했던 점과 실질적인 제재 완화, 비핵화 등이 이뤄지기까지 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 탓에 회담 종료 후 남북 경협주의 조정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날 특수건설·대아티아이·좋은사람들·현대사료·신원우 등의 경협 테마주는 장중 한때 15%가 넘는 하락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이었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로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이날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면서도 “비핵화 후속 조치가 이뤄지면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막아왔던 구조적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AA-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AA로 높아질 수 있다.
경협주의 들썩임에 따른 증시 조정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경협주가 그동안 많이 올라 밸류에이션이 부담되는 상황이고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경협주의 시가총액이 전체 증시의 4%에 불과하다”며 “증시 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방선거 결과도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이 압승을 거둔 데 대해서는 대기업 규제 강화에 따른 투자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노선이 추진력을 얻게 되면서 기업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피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대기업들이 정부 규제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지수보다는 종목,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 수출주보다는 내수주가 우위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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