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된 지 2년 밖에 안된 국내 신생 바이오 벤처기업이 대규모 기술수출 대박을 터뜨렸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논란과 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의 회계처리 문제로 한국 바이오 거품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이룬 기술 수출로 침체된 업계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ABL바이오는 3일 미국 바이오 기업인 ‘TRIGR테라퓨틱스’에 항암 항체신약물질 5종을 5억5,000만달러에 기술 수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TRIGR는 ABL바이오에 초기 계약금 430만달러와 임상 단계를 밟을 때마다 발생하는 수수료를 포함해 총 5억5,000만달러를 지급한다. 상용화에 성공한 뒤 일정 비율의 판매 수수료도 지급할 예정이다. 글로벌 임상 및 한국을 제외한 판권은 TRIGR가 갖게 된다. 이번 ABL바이오의 기술수출 금액은 올해들어 국내 바이오업계가 일군 해외실적 가운데 최대 규모다.
ABL바이오가 기술이전한 항체신약물질은 암 치료를 위한 뇌혈관 장벽(BBB) 통과 항체 및 면역세포 결합 항체 등을 포함한 이중항체(BsAb)와 단일클론 항체다. ABL바이오는 국내에서 하나의 항체가 두 가지 타깃 질환을 치료하는 기전을 갖고 있는 이중항체 기술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최근 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ABL바이오는 지난 2016년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부 인력을 주축으로 설립된 회사다. 설립 첫해와 이듬해 300억원의 외부투자를 유치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전체 임직원 73명 중 32명이 연구직이고 이 중 박사급만 12명이다. 이상훈 ABL바이오 대표는 “독창적인 접근법을 통한 치료항체를 발굴했으며 우리의 항체는 글로벌 업계에서 ‘BEST-IN-CLASS(동종 최고)’ 가능성을 가진다”며 “ABL바이오는 TRIGR팀과 긴밀하게 협력해 항암제 후보물질의 임상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한국 바이오의 거품론으로 침체된 분위기에서 이룬 첫 기술수출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대폭 하락하고 R&D 회계 처리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업계가 사실 힘이 많이 빠졌다”면서 “이번 기술수출을 계기로 기술력 있는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ABL바이오와 계약을 맺은 TRIGR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회사로 신약후보물질을 외부에서 들여와 임상을 진행해 기술수출 등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기업이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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