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국에서 수백개의 바이오 기업이 창업한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글로벌 빅파마에서 일하면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옥석을 가려내 성장시키는 전문 액셀러레이터 모델이 필요합니다.”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돈과 인력이다. 바이오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재원과 우수한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성패가 좌우된다.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모두 갖추고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서도 벤처캐피털이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경영을 돕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약개발 전문 벤처캐피탈·액셀러레이터인 액셀러레이터라이프사이언스파트너스(ALSP) 데이비드 슈베르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초기 신약개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도가 크지만 성공할 경우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서 “바이오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투자부터 기업경영, 과학적 자문, 실험 시설 제공 등 모든 것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헬스케어 혁신정책센터의 과학자문으로 위촉돼 방한했다.
ALSP는 혁신신약(first-in-class)을 개발하는 초기 기업에 투자해 다국적 제약사에 인수·합병(M&A) 시키는 게 주요 목표다. 스타트업이 기업 가치를 높여 글로벌 빅파마에 인수될 수 있도록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슈베르트 COO는 “지금까지 20개 기업을 투자해 경영했고 이 중 3개 회사를 글로벌 빅파마 및 바이오텍에 매각했다”면서 “기업공개(IPO)도 출구전략 중 하나지만 상장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상장 시점에 유행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받는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M&A를 더 중점에 둔다”고 언급했다.
신약의 경우 후보 물질을 발굴해 임상 시험을 거쳐 시장에 나오기까지 최소 10년이 걸린다. 개발기간이 길 뿐만 아니라 10개 후보 물질 중 1개만 겨우 성공할 정도로 성공률도 낮다. ALSP는 후보 물질 탐색부터 전임상 단계에 있는 초기 신약개발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투자 위험도가 크다. 제약업계의 특성을 잘 아는 존슨앤드존슨·애브비·화이자·일라이릴리 등 빅파마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최근 10년 동안 글로벌 빅파마들의 제품 중 60%가 자체 개발이 아닌 바이오텍에서 사들인 약일 정도로 혁신적인 기술에 인내심 있게 투자한다”며 “액셀러레이터 차원에서도 투자 회사 10개 중 2개는 무조건 성공률이 높은 곳을 선정해 포트폴리오를 짠다”고 설명했다.
현재 ALSP는 항암제, 미생물학, 희귀질환 분야를 중심으로 제네릭(복제약)과 미투제품이 아닌 혁신 신약만을 대상으로 투자하고 있다. 슈베르트 COO는 “매년 500곳의 투자 기회를 검토하는데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없으면 아예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서 “전세계적으로 항암제 분야의 R&D가 계속 늘고 있어 투자 대상으로 눈여겨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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