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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의료규제 철폐" 호통에…원격의료도 도입되나

박능후 "법 허용 범위내서 검토"

의료계 반발 해소가 핵심 관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원격의료 도입을 최대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의료계의 반발에 옴짝달싹하지 않던 정부의 입장이 바뀔지 주목된다. 전면적 개방이 아니라 정기적인 치료·재활이 필요한 환자에 국한해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는 박 장관의 발언에 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19일 가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의료기관이 할 수 있는 것은 해보겠다”면서 “전부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에는 대면진료를 하고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부분에는 윈격의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 진보를 도외시할 수 없다”면서 “지금 의료 서비스가 첨단에 와 있는데 (기술 진보를) 도외시하면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관련 업계는 모니터링 사업 등 일부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법 개정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원격의료를 도입한다는 것은 결국 현재와 같은 제한적인 원격의료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TV로 질환을 진단받거나 약품을 처방받는 원격의료 서비스는 국내에서 사실상 불법이다. 지난 2002년 의료법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현행법상 원격의료는 환자 옆에 의사나 간호사 같은 의료인이 있어야 한다. 재진은 원칙적으로 원격의료가 가능하나 초진은 의사를 만나야 하는 대면진료가 필수적이다. 원격의료를 받더라도 검사와 상담만 가능하고 진료나 처방은 불가능하다. 업계에서 원격의료법을 ‘원천봉쇄법’으로 부르는 이유다.



정부는 2000년부터 올해까지 19년째 원격의료 시범사업만 벌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19대 국회에서 원격의료 도입을 밀어붙였지만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첫 안건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했으나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전히 계류 중이다.

원격의료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이자 한국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이다. 의사 못지않는 진단율을 자랑하는 IBM의 인공지능(AI) 컴퓨터 ‘왓슨’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ICT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가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지만 규제에 막혀 수십년째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미국은 앞서 1990년대부터 윈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전체 진료 6건 중 1건이 원격의료일 정도로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1997년 원격의료법을 전면 개정한 뒤 지난 4월에는 만성질환자의 원격의료 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대표적인 의료 후진국으로 꼽히는 중국도 2016년 원격의료를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칭화대가 현지 벤처기업과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 의료로봇 ‘샤오이’가 중국 국가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원격의료가 국내에서 자리잡지 못하는 배경에는 의료계의 반발이 가장 크다.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오진 등 의료사고의 위험이 증가하고 의료 서비스의 지역 격차가 심화돼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도 원격의료를 반대한다. 대형병원에 대한 의료 서비스 쏠림이 심해지고 동네병원이 몰락해 결국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양광모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교수는 “국내 기업이 개발한 원격의료 기술과 서비스가 연일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는 출시조차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라며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 편의성과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두되 의료계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묘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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