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다시 들썩일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는 ‘투기지역’을 추가 지정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이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이 기존 차주당 1건에서 세대당 1건으로 제한된다. 수요를 최대한 억누르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투기지역이 확산되면 정부는 ‘부동산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며 의문을 표시한다. 수요를 눌러 집값 상승을 막는 것은 잠깐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수요를 억누르는 것만큼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수요 억제만으로 부동산 정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과거에도 나타난 바 있다. 정권 기간 내내 부동산 문제에 시달렸던 ‘참여정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참여정부는 2003년 출범하자마자 집값이 빠르게 상승해 재건축아파트 전매제한, 투기과열지구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5·23대책, 10·29대책을 연달아 발표했다. 이후 시장은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했지만 강남 등에서 또다시 불안정해졌고 양도소득세 중과 등의 내용을 담은 8·31대책을 꺼내 들었다. 이후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정책을 꺼내 들면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그때뿐이었고, 또다시 강남·재건축을 중심으로 들썩였다. 결국 참여정부는 2004년을 제외하고 매년 부동산 정책을 꺼내 들었지만 ‘부동산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빼고는 꿀릴 게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의 실패는 수급 불균형이 큰 이유였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이 현재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에서 ‘참여정부는 투기억제 대책을 주로 펼쳤으나 수급 예측에 실패해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현 정부도 유사한 궤적을 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7년 5월 출발한 정부는 6·19 대책을 시작으로 지난해 굵직한 부동산 대책만 5차례나 꺼내놓았다. 정책의 무게중심은 수요억제에 있었다. 하지만 시장이 진정세를 보이는 것은 잠깐이었다. 실제 한국감정원 월간 통계를 보면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경우 6·19 대책 이후 주택가격상승률(6월 1.22%→7월 0.31%)은 급감했다. 하지만 집값은 다시 뛰었고 정부는 8·2 대책을 꺼내 들었다. 이에 9월 강남 4구의 집값은 0.05% 하락했지만 이내 10월(0.44%) 들어 다시 상승곡선에 올라섰고 연말까지 강세를 보였다. 올해 4월 양도세 중과 조치가 적용되자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였지만 감정원 조사에서 7월 5주 강남 4구 집값 상승률은 전주 대비 4배나 뛰었다.
여기에 서울에서 올 상반기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58.4%나 급감해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인허가 물량은 3~4년 뒤 공급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로, 올해 허가 물량의 급감은 오는 2021~2022년께 서울에서 아파트 수급 불균형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현 정부의 문제는 부동산 수요 억제에 너무 치중돼 있다는 점”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공급 확대 측면을 꾀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정책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 등 요지에서 공급량을 늘리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크다는 설명도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땅이 없는 서울에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라면서 “정비사업 규제를 갑자기 완화하면 정책의 앞뒤가 맞지 않고 집값 불안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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