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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제대로 쓰자] R&D 지원 10곳 중 1곳은 한계기업..'살수차식 뿌리기' 여전

<1>구멍뚫린 R&D 예산 지원

후속투자 기대 어려운 혈세낭비 5년간 1,772건 달해

지원받고 절반은 투자 축소..자산 줄인 곳도 수두룩

"기업에 직접 돈 푸는 대신 대학 중심으로 방식 바꿔야"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3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과기정통부에서 국가 연구개발(R&D) 혁신 방안 수립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9년도 예산안’을 보면 연구개발(R&D) 예산이 20조4,000억원으로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학계에서는 R&D 예산을 20조원 넘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며 “이를 반영해 이번에 20조원 이상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R&D 지원이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R&D 예산은 꾸준히 늘어왔다. 지난 1990년 9,000억원 수준에서 2001년 5조7,000억원을 기록한 뒤 2008년 11조1,000억원으로 불어났다. 2016년 이후로는 19조원대를 유지해왔다.



실속은 어떨까. 국회 예산정책처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정부의 R&D 지원을 받은 기업 2만2,246건을 분석해보니 이중 한계기업에 돈이 나간 사례가 1,772건이나 됐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비율이 1이 안 되는 기업을 뜻한다. 영업을 해서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에는 분석대상 3,139개 가운데 178개(5.7%)였던 한계기업 지원 건수는 △2013년 245건(7.2%) △2014년 274건(7.9%) △2015년 327건(7.9%) △2016년 352건(8.7%) △2017년 396건(9.8%) 등으로 증가했다. 한계기업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아도 기업이 계속 연구를 해나갈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할 때가 많고 후속 투자도 어렵다. 업체가 문을 닫으면 정부 지원성과도 고스란히 날아가는 셈이다.

부처별로 보면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위기 대응기술 개발은 지난해 한계기업 비중이 무려 50%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 사업도 한계기업 비중이 46.2%였다. 바이오 의료기술 개발도 37.5%다.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기업들이 많지만 향후 사업화와 지속적인 기술개발 가능성을 고려하면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선해양 산업 핵심기술 개발(27.3%)과 중소중견기업 기술경쟁력 강화(21.4%)도 한계기업이 많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생명 산업 기술개발(25.6%)과 농촌진흥청의 차세대 바이오그린21(23.5%)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R&D 지원을 받고도 투자와 자산을 줄인 기업이 수두룩했다. 2012년 예산을 지원받은 3,320개 기업 중 1년 후 신규 투자가 줄어든 업체는 1,723개로 51.9%였다. 2년 뒤에는 1,830개 55.1%로 늘었고 3년 후에는 1,955곳 59%로 치솟았다. 4년 뒤에는 2,018개 61.1%가 투자를 줄였다. 정부가 R&D 지원을 할 때는 민간의 후속 투자를 기대한 것인데 거꾸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자산도 마찬가지다. 2012년에 정부 지원을 받은 3,602개 조사기업 가운데 1년 뒤 자산이 줄어든 곳은 1,519개(42.2%)였다. 4년 뒤에는 1,541개(42.7%)로 상승한다. 예정처는 “기업 지원이 후속 투자와 연계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R&D 예산지원 문제는 나눠먹기 식 예산 배포가 원인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살수차가 물을 뿌리듯 나눠먹기 식으로 기업과 대학에 돈이 지원되는 게 문제”라며 “예산을 계속 늘리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출판된 정부 R&D 연구 논문의 피인용 현황을 알아보니 20.2%가 한번도 인용되지 않았다.

해외 특허도 미미하다. 정부 R&D 지원을 받은 국내 연구자가 2012년부터 2016까지 등록한 해외특허 7만2,104건 가운데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 낸 특허는 772건(1.1%)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과학기술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 2월 나온 ‘2017년 과기혁신역량평가’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7위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두 계단 내려앉았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앞으로는 예산을 더 강화할 부분과 줄일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며 “기업에 직접 돈을 푸는 지원 예산이나 R&D는 대학 중심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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