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위한 증시 주변 자금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신용융자 잔액이 다시 상승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아직까지 이 돈을 주식에 넣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금리가 예상대로 동결되는 등 국내 증시를 옥죄던 외부변수가 진정되는 흐름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살아났음에도 개인의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기까지는 보다 확실한 시그널이 필요해 보인다. 불투명한 하반기 경기상황이 가장 큰 악재라는 지적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신용융자 잔액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6월 12조6,0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7월 말 10조8,246억원까지 쪼그라들었지만 지난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11조2,876억원(29일 기준)까지 회복했다.
신용융자 잔액은 주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낸 빚이다. 증시의 활기를 나타내는 척도지만 개인의 투자 열기는 아직 차갑게 식어 있다. 지난달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921억원을 팔아치웠다. 증시 주변 자금은 늘었지만 실제 투자로는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반면 국내 증시의 큰손인 외국인은 조심스레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9거래일 연속으로 1조6,814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2009년 7월14~28일 11거래일 연속 사들였던 이후 최장 기록이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규모만 1조6,526억원으로 무역분쟁과 신흥국 금융불안 등의 우려가 다소 완화돼 주가 반등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증시의 숨통을 조여온 변수가 개선되면서 신흥국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이어진다면 국내 증시의 외국인 저가 매수세 유입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외국인의 베팅은 개인투자자들의 귀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의 외국인 순매수세가 반짝 반등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국의 재정 부양 효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거나 글로벌 교역이 개선되는 등의 변화가 없으면 시장은 제한적 반등과 단기조정이 번갈아 나타나는 교착 상태가 반복될 것”이라며 “박스권 장세에서는 실적주, 구조적 성장주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경기전망이 회복될 조짐이 감지돼야 개인의 투자 열기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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