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베를린이 스타트업의 메카가 된 데는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체계적 지원에다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미래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등 3박자가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베를린에서는 스타트업 창업까지 7일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열흘 정도인 실리콘밸리보다 빠르다. 대기업의 지원도 활발하다. 바이엘 등 독일 대기업 대부분이 자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인수합병(M&A)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베를린 스타트업 업계가 유치한 투자액만 30억유로(4조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첨단 미래 산업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 무모해 보이는 그 무엇을 시도해도 가능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뭐하나 되는 게 없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면 부러울 따름이다. 무역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스타트업은 온갖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최근 글로벌 100위 안에 드는 사업 모델 가운데 70% 이상이 한국에서는 규제 때문에 사업을 할 수 없거나 조건을 바꿔야 한다. 승차공유처럼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불법 취급을 받기 일쑤다. 오죽하면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한 달 전 성명서까지 내서 “범죄자로 내몰지 말라”고 절규했겠는가.
정부가 대기업을 규제하다 보니 스타트업이 M&A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은 스타트업의 무덤’이라는 지적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정부는 스타트업을 혁신성장의 주역이라고 말로만 외치지 말고 규제혁파를 통해 선순환 생태계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왜 베를린에 혁신 창업가들이 몰려드는지를 되새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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