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무역법원(CIT)은 포스코 열연강판에 책정한 관세율을 재산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2016년 상무부는 해당 제품에 60%에 육박하는 관세를 책정한 바 있다. 당시 상무부는 포스코가 비협조적으로 조사에 응했다며 AFA(업체가 조사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상무부가 자율적으로 관세를 산정할 수 있게 한 조항)를 발동해 관세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법원은 AFA를 적용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합당한 근거 없이 최고 수준의 관세를 매겨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앞서 CIT가 같은 이유로 현대제철의 냉연도금강판에 대한 상무부의 판결을 뒤집은 뒤 관세율이 낮아졌던 사례에 비춰볼 때 열연강판에 부과된 관세율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열연강판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관세가 부과됐던 다른 제품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는 포스코의 열연이 ‘오염’된 만큼 이를 원자재로 쓴 강관 제품들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번번이 고율의 관세를 매겨왔다.
“포스코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때문에 왜 우리가 고통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강관업계는 미국의 무역 공세를 ‘연좌제’로 표현한다. 포스코 열연강판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번번이 관세 폭탄을 던지는 미국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문제가 된 열연(포스코)이 폭넓게 유통된다는 점 등을 들어 한국 철강 시장을 비정상(PMS·특정시장상황)으로 분류하고 이를 가져다 만든 제품도 ‘징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강관의 핵심 원재료가 열연인 만큼 상무부의 모든 강관 제품이 관세폭탄의 사정권에 들어간다. 실제 올 들어 있었던 강관류 연례재심에서 번번이 고율의 관세가 부과됐다.
통상업계 한 전문가는 “포스코의 열연에 매겨진 고율 관세는 포스코가 실제 덤핑을 했거나 보조금을 받아서 부과된 게 아니라 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겨진 ‘징벌적 관세’”라며 “강관 제품 관세 부과할 때 이 수치를 인용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토로했다.
불합리한 미 상무부의 행태에 제동이 걸렸다.미국 법원은 최근 포스코에 매긴 열연강판 관세를 재산정하라고 지시했다. 업계는 포스코 열연강판에서 시작해 이를 사용한 모든 한국 철강제품으로 향하던 미국의 공세가 전환점을 맞았다고 해석했다. 포스코 열연강판에 대한 관세를 검토하던 법원은 상무부가 자의적으로 관세율을 책정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업체가 조사에 성실히 임하지 않을 경우 상무부가 자체 조사를 통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지만, 최대치의 관세율을 산정하려면 합당한 근거를 함께 내와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올해 초 법원이 현대제철 냉연도금강판에 대한 관세율을 재산정하라고 명령했을 때와 같은 지적이다. 법원의 재산정 지시 후 현대제철에 매겨졌던 47.8% 관세율은 7.89%로 대폭 하향 조정됐던 터에 업계는 포스코 열연강판에 붙은 관세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열연강판에 매겨진 관세가 내려가면 강관 제품에 붙던 ‘비정상’ 낙인도 흐릿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 진출해있는 업체들도 반길 만한 소식이다. 포스코의 미국 현지 합작법인 UPI는 포스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열연강판을 들여와 냉연·아연도금·주석도금 등의 철강재를 연간 100만톤가량 생산해왔다. 하지만 고율의 관세 탓에 2016년 3·4분기부터 포스코산 제품을 들여오지 못하자 20~30% 웃돈을 주고 현지에서 원자재를 조달해야 했다. 이후 원가율이 대폭 상승해 2016년 4·4분기 22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후 아직까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상무부는 한번 부과한 관세에 대해 매년 연례재심을 열어 덤핑 여부와 관세율을 다시 결정하고 있다. 정정 명령이 나온 덕분에 일시적으로 숨통이 트일 수 있겠지만 상무부가 다음 차 연례재심을 진행해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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