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로 수출에 타격이 예상되는 자동차 부품업계를 위해 현대차그룹과 은행권이 금융 지원 규모를 확대한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와 은행권은 중소·중견 자동차 부품 협력사에 대한 연간 대출·보증 규모를 1조 3000억 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앞서 정부가 4월 발표한 ‘자동차 생태계를 위한 긴급대응 대책’에 맞춰 연내 1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하기로 했는데 공급 규모를 3000억 원가량 더 키우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책보증 프로그램 지원 규모는 7900억 원에서 1조 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 프로그램은 현대차와 은행권이 공동으로 출연금을 마련하면 이를 통해 무역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이 부품 업체에 수출 보증을 제공하는 것이 뼈대다. 출연금은 현대차가 개별 은행과 각각 협약을 맺고 절반씩 분담하는 형태로 마련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초 이달 중 협약을 체결해 보증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 추이를 지켜본 뒤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와는 별개로 수출 업체들의 마진이 크게 줄 수 있어 자금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 출연을 통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지원 사업 규모도 기존 2250억 원에서 260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P-CBO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회사채와 대출채권에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제공해 발행하는 증권이다. 통상 발행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유동화 구조에 따라 후순위 채권 인수 등을 부담하는데 현대차 출연금을 통해 이를 면제받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금융권이 협력해 부품 기업 중 수출 부진으로 피해를 입은 업체들을 긴급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지원책을 신설하는 것보다는 기존 프로그램을 통한 자금 공급 규모를 늘리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와 은행권이 금융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부품 업체의 자금 수요가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 실제로 이달까지 집행된 자금은 약 6000억 원으로 지원책이 마련된 지 두 달여 만에 당초 계획한 지원 규모의 60%를 소진했다.
자동차 업계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관세 여파로 부진을 이어가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은 4월부터 모든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5월부터는 부품에도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6월 26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전년보다 16%나 줄었으며 3월부터 넉 달째 내리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5일 예고됐던 한미 재무·통상수장 간 ‘2+2 협의’마저 돌연 연기되면서 자동차 업계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국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자금난에 몰린 중소·중견 자동차업체들이 늘고 있다”며 “수출 시장을 다각화해 관세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수출 자금을 폭넓게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피해 업종이 늘어날 수도 있는 만큼 은행권의 지원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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