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은 다소 침체된 가운데 대신증권(003540) 등 중소형 증권사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전통 강자인 NH투자증권(005940), 미래에셋대우(006800)가 특히 부진했지만 하반기 현대오일뱅크, 카카오게임즈 등의 대어급 IPO가 예정돼 있어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상장한 25개사 중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5개의 상장주관업무를 맡아 공동 1위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제노레이(122310), 세종메디칼(258830), 케어랩스(263700) 등의 상장주관 업무를 진행했고 하나금융투자는 배럴(267790), 링크제니시스(219420) 등을, 대신증권은 애경산업(018250), 에코마이스터(064510), SG(에스지이) 등을 상장시켰다.
지난해 IPO 시장을 휩쓸었던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다소 부진했다. NH투자증권은 3개사, 미래에셋대우는 1개사에 그쳤다. 미래에셋대우는 바디프랜드의 상장주관사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갑질 논란에 상장 일정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결국 상반기 IPO 시장은 대형사의 부진, 중소형사의 약진으로 요약되는 셈이다. 특히 공동 1위인 대신증권은 IPO 시장에서 지난해 업계 9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5건을 따내면서 지난해 전체 실적(7건)을 이미 넘어섰고 금액도 지난해 전체(1,200억원)의 두 배 수준인 2,300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 오너를 대상으로 한 VIP 서비스(밸런스 클럽) 제공, 벤처캐피탈(VC) 관계자들이 정보 교류를 할 수 있는 IPO 시장동향 세미나 개최 등의 노력이 주효했다. 이밖에 DB금융투자(016610), KTB투자증권(030210), IBK투자증권, SK증권(001510), 이베스트증권 등도 한 건씩 상장주관사 역할을 맡았다.
올 상반기는 전체 IPO 시장이 상당히 부진했다. 컨설팅 업체인 IR큐더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 기업은 유가증권 2개사, 코스닥 19개사 등 모두 21개사로 지난해와 같았으나 공모 규모는 7,80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4조7,600억원)의 16.4%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넷마블(251270)게임즈, 아이엔지생명(079440) 등 공모 규모가 1조원이 넘는 대어급 IPO가 이뤄졌지만 올해는 대부분 기업들의 공모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논란에 따른 회계감리 강화와 SK루브리컨츠 등 대어급으로 분류되던 기업의 상장철회 여파도 컸다.
하반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당초 올해 IPO 시장은 공모 건수·금액 모두 최고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지만 하반기 들어 코스닥벤처펀드의 신규자금 유입 둔화, 신규 상장 이후 수익률 부진, 대내외 악재로 가라앉은 증시 분위기 때문에 탄력을 잃고 있다”며 “대어급 기업의 상장이 계속 지연된다면 올해는 최근 5년 만에 처음으로 공모 금액 1조원 이상 기업이 전무한 한 해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공모 규모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현대오일뱅크, 카카오게임즈, CJ CGV 베트남 등 하반기로 예정된 IPO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특히 대어급 업체들은 대형 증권사들이 상장주관사를 맡아 IPO 시장의 판도가 하반기에는 바뀔 가능성이 높다.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현대오일뱅크,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게임즈의 상장을 주관한다. 다만 두 종목 모두 회계감리 문제로 상장 일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변수다. CJ CGV 베트남은 신한금융투자와 한화투자증권이 상장 업무를 맡았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미 지난 7월 롯데정보통신을, 신한금융투자는 8월 티웨이항공의 상장을 주관했다.
이밖에 현재 증권사별로 예정된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은 프라코·드림텍(NH투자증권), 에이치디씨아이서비스·아시아나아이디티(KB증권), 하나제약(미래에셋대우), 아시아신탁(삼성증권), 우진아이엔에스(신영증권) 등이다. 코스닥 상장 예정 기업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현재까지 가장 맡은 주관 업무를 확보했다. 에스퓨얼셀, 카카오게임즈, 디알젬, 엘앤씨바이오, 대보마그네틱, 네오펙트 등 총 6개사의 상장주관이 예정돼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푸드나무·전진바이오팜·로보티즈 등 3건을 맡을 계획이다. NH투자증권(옵티팜, 노바렉스), KB증권(명성티엔에스, 크리스에프앤씨), 신영증권(나우아이비캐피탈, 대유에이피), 하나금융투자(노바텍, 지란지교소프트) 등은 각각 2건씩 예정돼 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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