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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김광수 소장 “국민연금은 혼란의 시한폭탄…이럴 거면 차라리 없애라”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 인터뷰

처음부터 지속불가능한 시스템 설계

“노후보장해주는 요술지팡이 아냐”

강제저축·민간금융위축·강제징수 등

부작용 많고 인구추계·출산율 엉터리

“차라리 연금 없애고 개인에 맡겨야”

김광수 소장






김광수(사진) 김광수경제연구소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경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그를 “한국경제의 숨은 보석”이라고 평가했다. 서문을 쓰지 않는 그가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책에는 글을 써주기도 했다. 그만큼 김 소장은 실력을 인정받은 경제전문가다.

그런 그가 국민연금의 문제점에 대해 하나하나 짚었다. 처음부터 설계가 잘못된 국민연금은 노후생활을 보장해주는 요술지팡이가 아닌 갈등과 혼란의 시한폭탄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최근의 4차 국민연금 개편안도 엉터리에 가깝다는 게 김 소장의 분석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뒷북경제’에서 김 소장의 말을 하나씩 풀어봤다.

“文대통령 국민연금 근본문제 이해 못해”

김 소장의 화법은 직설적이다. 그는 이렇게 얘기를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연금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국민연금을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확대해주는 요술 지팡이로 착각하고 있는데 애초부터 국민연금은 지속불가능한 시스템으로 설계됐어요. 여기에 계속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과 수익률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연금재정을 전망해왔죠. 이는 4차 개편안에서도 거의 시정되지 않았어요”

그가 생각하는 4차 개편안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한 후 다음달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우선 인구추계다. 김 소장은 “국민연금 재정추계 전망은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통계청은 18~40세의 가임여성수가 최근의 800만명 전후에서 2040년까지는 520만명선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렇게 가임여성 수는 급감하는 반면 출생수 추계는 2030년까지 계속 40만명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가임여성 수가 급감하는데 출생수가 안 줄어들고 오히려 약간 증가하는 것으로 전혀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김 소장의 말은 이어진다.

“물론 이번에 저출산 및 출산율 1.05명 유지 시의 시나리오를 함께 검토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 경우도 적립금 감소시기와 고갈시기가 각각 2042년과 2057년으로 원래 추계치와 동일하다고 합니다. 이것 역시 납득하기 힘들어요”

왜 그럴까. 합계출산율 가정이 크게 낮아져 연금보험료를 내는 사람 숫자가 크게 줄어드는데 연금재정에 전혀 영향이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낙관적으로 돼 있다고 본다. 이미 세계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저성장의 구조적 침체기에 접어들었는데 정부는 2040년까지는 1.4%, 2050년까지는 1%의 성장률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를 두 고 김 소장은 “2023년의 5차 재정전망에서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하향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고 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 판단은 이렇다. 통계청은 2040년에 한국의 전체 인구가 5,220만명일 것으로 보지만 연구소는 4,367만명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보다 약 15% 줄어드는 것이다. 이 경우 정부의 예측치인 경제성장률 1.4%를 내기 위해서는 1인당 생산성이 최소한 50% 이상 증가해야 한다. 불가능한 일이라는 뜻이다.



“주식투자해 수익률 높인다고? 재정으로 연금 무한정 못 줘”

국민연금 운용수익률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18~2020년 4.9% △2021~2030년 4.8% △2031~2040년 4.6% △2041~2050년 4.5%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실질경제성장률 전망은 3.0%, 2.3%, 1.4%. 1.0%로 급감한다. 운용수익률은 경제성장률을 따라간다. 그런데 2030년대와 비교해 2040년대는 성장률이 급감함에도 운용수익률은 거의 변화가 없다. 현실성이 없는 전망이라는 얘기다.



실제 아무리 주식투자 비중을 늘린다고 해도 연금의 운용투자 수익률이 무한정 높아지지 않는다. 주식시장의 주가는 결국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과 연동돼 있다. 다른 나라에 투자해도 그렇다.

문제는 대부분의 선진국과 중국 등은 경제성장률이 하향세라는 점이다. 김 소장은 “저성장 내지는 침체가 지속되면 주식시장도 침체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연금의 운용수익률도 하락한다”며 “뿐만 아니라 국내외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에 비례해 손실 위험과 환율변동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짚었다.

더 큰 문제는 각국 연기금의 투매다. 나라별로 시간적 편차는 있겠지만 고령화에 따라 10년 후든 20년 후든 갖고 있는 채권이나 주식을 팔아 적자를 보전해야 하는 시기가 오기 때문이다.

“각국 연금이 보유채권과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하면 채권시장이나 주식시장이 가격하락 내지는 급락으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나 일본은행이 아무리 양적완화(QE)를 다시 재개한다고 해도 (급락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럼 재정으로는 메울 수 있을까. 김 소장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연금기금이 고갈되면 재정으로 메워야 하는데 이미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정부 채무가 한계에 도달했다”며 “대폭적인 보험료율 인상이나 세금인상을 하지 않는 한 적자재정으로 무한정 연금을 떠받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리나라도 다를 게 없다.

국민연금공단 본사.


강제저축에 소비 위축…쌓인 돈 ‘제2의 4대강 사업’될라

국민연금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김 소장은 △과잉 강제저축 △관리비용 급증 △민감금융 위축 △보험료 강제징수 문제 등을 거론했다.

당장 강제저축의 문제가 크다. 6월 말 현재 국민연금의 적립액은 총 634조원이다. 막대한 적립금은 서민가계의 소비위축을 불러온다는 게 김 소장의 판단이다. 그는 “거시경제적으로 볼 때 ‘저축=투자’ 등식이 성립하는 경우에 한해 강제저축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며 “지금은 저금리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투자자금 수요가 부진한데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라는 공적 부문의 강제저축만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돈이 쌓이면 결국 ‘제2의 4대강 사업’만 불러올 수 있다는 게 김 소장의 말이다. 그는 “정부가 연금 적립금을 재원으로 4대강 사업 등 무리한 재정사업들을 남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며 “재정사업의 재원마련을 위해 발행되는 국공채를 연금의 적립금으로 과잉매입해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공채 매입은 연금의 운용안정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사실은 과다 강제저축의 소화를 위해 무리한 재정사업의 확대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납부 안 하면 고발까지…이럴 거면 차라리 없애라”

문제는 또 있다. 지금 당장 사업이 안 돼서 망하거나 형편이 어려운데도 무조건 연금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납부하지 않으면 과태료와 차압 심지어 고발까지 들어온다는 게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설명이다. 김 소장은 “각자의 경제적 현실을 고려하는 제도적 유연성이 거의 없다”며 “지금 망하거나 죽어버리면 20~30년 후의 노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밝혔다.

그는 “이럴 거면 차라리 국민연금을 없애고 개인에게 맡기자”는 주장을 편다. 김 소장은 “미국은 우리처럼 강제적으로 하지 않는데 노후 보장에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고양=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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