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
지난 2013년 메이저리그 진출부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만 뛰어온 류현진(31)이 올 시즌 마지막 등판만을 남겼다. 류현진은 29일 오전11시15분(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리는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시즌 마지막 3연전 첫 경기에 선발투수로 출격한다. 어쩌면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던지는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다.
6년 3,600만달러(약 400억원)의 조건으로 다저스에 몸담아온 류현진은 올 시즌 뒤 계약이 끝난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 다저스와 새로 계약하거나 다른 팀을 찾아야 한다. LA 생활에 만족하는 류현진은 잔류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이 나타날 수도 있다. 류현진은 협상의 귀재로 불리는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의 도움을 받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류현진에게 베팅할 만한 구단으로 시애틀 매리너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을 꼽고 있다. 시애틀은 부실한 선발 마운드 탓에 17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시카고도 당장 견실한 선발요원을 찾아야 한다. 이밖에 토론토, 필라델피아, 뉴욕 양키스도 류현진의 행선지로 거론된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12월 윈터미팅이 열려봐야 각 구단의 구체적인 관심을 파악할 수 있다. 윈터미팅에는 각 구단 임원과 선수 에이전트들이 총출동해 FA 계약, 트레이드 등을 적극 논의한다.
류현진은 첫 두 시즌 동안 14승씩을 쌓고 3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어깨·팔꿈치 수술로 2016년 한 시즌을 거의 전부 쉬었지만 지난해 복귀해 올해 부활을 확인했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6경기에서는 매번 5이닝 이상을 던지며 3자책점 이하로 막았다. 최근 2경기는 7이닝 무실점, 6이닝 무실점으로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부상 이력과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이지만 최근 보인 정상급 제구력은 FA 대박에 가까운 성과도 기대하게 만든다.
28일 경기가 없었던 다저스는 이날 콜로라도 로키스가 필라델피아와의 홈경기에서 5대3으로 이기면서 벼랑에 몰렸다. 3경기만 남긴 가운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콜로라도와의 승차가 1경기로 벌어졌다. 콜로라도 오승환은 3대1로 앞선 7회 등판, 1이닝을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 시즌 21호 홀드를 올렸다. 6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은 2.65. 콜로라도는 벌써 7연승으로 지는 법을 잊은 모습이다. 다저스는 3경기를 무조건 이겨놓아야 한다. 끝내 서부지구 우승이 좌절되면 와일드카드로 진출하기 위한 단판 승부에 불확실한 희망을 걸어야 한다. 류현진은 가을야구 선발 한 축을 예약했지만 다저스의 가을야구 자체가 없어져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팀의 명운을 걸고 마운드에 오르는 류현진은 시즌 7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에 도전한다. 현재 6승3패, 평균자책점 2.00. 상대는 매디슨 범가너다. 6번이나 맞붙었던 익숙한 상대다. 앞선 대결에서 류현진은 1승3패, 범가너는 3승2패를 올렸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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