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공사장 붕괴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과 관련된 기술적인 사항을 지원하는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서둘러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25개 서울 자치구 중 절반이 넘는 17곳은 뚜렷한 계획 없이 검토만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자치구에서 예산을 핑계로 설립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시민들의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시 자치구 25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지역건축안전센터 설립과 관련해 뚜렷한 계획 없이 검토 중이라고 답한 곳이 17개 구에 달했다. 이중 동작구를 제외한 16개 구는 현재 편성 중인 내년도 예산안에 건축안전센터 관련 예산을 요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상도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붕괴사고가 발생한 동작구는 예산 편성 여부에 대해 아예 답변하지 않았다.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내년까지 이들 자치구에 지역건축안전센터가 들어설 가능성은 없는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지역건축안전센터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건축법 시행령·규칙을 시행해 법·제도는 완비된 상태여서 의지만 있다면 내년 초 센터를 출범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동구는 25곳 자치구 중 유일하게 이달 초 센터 현판식을 마쳤다.
건축안전센터는 일반 건축물·공사장에 안전 점검을 시행하기 위해 고안됐다. 현행 건축법은 지자체의 안전 관리 의무를 연면적 3,000㎡ 이상인 상가나 숙박업소, 연면적 2,000㎡ 이상인 주점·식당에 대해서만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 민간건축물 약 61만동 중 안전점검 의무대상이 아닌 곳은 54만동으로 자치구의 공무원 인력난과 전문성 부족으로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다.
지역건축안전센터는 건축사·구조기술사를 최소 각 1명씩 필수로 채용하고 공무원이 이를 도울 수 있게 해 인력과 전문성 문제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혀왔다. 서울시는 올해 용산구 상가 붕괴를 비롯 금천구 아파트 싱크홀 발생, 동작구 유치원 붕괴 등 건축물·공사장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달 14일 25개 자치구 관계자를 소집해 당초 2021년이었던 계획을 앞당겨 내년까지는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설립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건축안전센터 설립이 늦어지는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건축사와 구조기술사의 연봉은 보통 1억원으로, 지역건축안전센터 설립을 위한 최소 기준만 충족해도 연간 3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센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불법건축물 과태료 등으로 마련되는 이행강제금으로 건축안전 특별회계를 조성하라고 전달했지만 자치구는 많게는 연간 20억원이나 소요되는 예산을 지역건축안전센터에 투입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예산 문제로 건축안전센터 설립이 늦어지면서 일부 자치구에서는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설립하느니 차라리 구청 내에 건축물 안전 관리팀을 구성해 공무원들에게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독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자치구 건축과장은 “시에서 지원도 없이 (센터를) 만들라고 하니까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다른 자치구의 진행상황을 봐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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