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금융산업에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했다.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혁신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금융규제를 하루아침에 없앨 수는 없지만 시장 변화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규제는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1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제15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국내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이같이 진단했다.
윤 원장은 먼저 금융산업의 혁신이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금융회사의 연구개발(R&D) 투자는 500만달러(2014년 기준) 수준으로 미국의 80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며 “금융산업 관련 특허 출원 현황도 중국의 성장 속도에 밀리고 있고 앞으로는 이런 열세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제조업의 R&D 투자는 세계적 기준으로도 높은 수준이지만 금융업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윤 원장이 토로하는 금융산업에 대한 아쉬움이다. 상대적으로 투자가 부족하다 보니 국가별 선도 핀테크 기업의 숫자도 한국은 한 곳에 그쳐 미국(19개)은 물론 중국(9곳), 인도(4곳)에조차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이 같은 ‘혁신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핀테크 산업 등에 대한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그는 “금융회사가 진행하는 혁신에 소비자 보호와 시스템 리스크 두 가지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면 저희가 나서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책임감 있는 혁신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이날 포럼을 찾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직접 당부했다.
이날 윤 원장에 앞서 ‘금융산업의 신성장 DNA’에 대한 주제강연에 나선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아태 유통 부문 대표(시니어파트너)는 “앞으로 금융기관은 테크놀로지(첨단기술)와 융합하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며 “오늘 참석한 CEO들이 테크놀로지를 모르면서 회사를 이끄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금융회사들도 구글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처럼 조직과 보상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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