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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경계 넘어설 때 일어나는 융합의 힘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막힌 공간 없는 MIT 미디어랩

타분야 연구자와 소통기회 많아

융합 통한 과학기술 성장 위해선

사고의 폭 넓힐 환경 조성 힘써야





‘꿈의 발전소’로 불리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은 미디어와 컴퓨터·예술·의료·사회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해 새로운 지식을 창조한다. 지금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가상현실·홀로그램·웨어러블컴퓨터 같은 기술들이 미디어랩에서 발상이 나오거나 발전됐다. 미디어랩의 공동설립자인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융합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대학원이 설립되는 과정에도 건축·인공지능·수학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이 참여했다. 지금도 미디어랩에서는 물리·음악·심리·디자인·경제 등 여러 전공의 학생들이 교류하고 공조하며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미디어랩은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예술의 융합을 주요 연구주제로 다루지만 그 범위는 한정돼 있지 않으며 연구그룹 각각의 관심에 따라 융합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다학제(multidisciplinary)를 넘어선 반학제(anti-disciplinary), ‘학과의 경계가 완전히 없어진 학과’가 미디어랩의 철학이다.

네그로폰테 교수가 융합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지 30여년이 지난 지금, 융합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빈곤·고령화·기후변화와 같은 인류의 문제는 과거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복합적인 문제로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로봇·자율주행차 등 미래를 이끌 기술들은 특정 학문만으로는 발전할 수 없으며 수학·물리학·컴퓨터공학·인문학·예술 등 다양한 학문이 접목돼 만들어지는 융합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꿀 것이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경계 없는 융합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미디어랩에서는 어떻게 융합이 일어나는가’다.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미디어랩에서는 융합이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하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조성한다. 건물의 대부분 벽이 유리로 돼 있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여 어디에도 막힌 공간이 없다. 각각의 연구실을 구분하는 경계도 없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교수와 학생들은 전문 분야 밖의 분야와 무작위로 결합해 연구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며 통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를 확장할 수 있게 된다.

미디어랩이 과학·디자인·예술 등 다양한 전공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폭넓은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소통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그들이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융합할 수 있는 연구환경과 문화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도 중요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한국지질자원연구원·한국전기연구원이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각 기관은 특정 학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연구 생태계에서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학문 간, 기관 간의 담을 넘어 융합하고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추진하고 있는 융합연구사업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경계를 허물고 융합하는 문화를 만들어 시대를 앞서가는 연구를 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3년간 11개의 융합연구단이 출범해 싱크홀 위험 예측, 치매 치료제 개발, 스마트팜 상용화, 금속 3D프린팅 실용화 등의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와 사회적 현안을 해결하고 산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자가 모험정신을 되살려 미래를 개척하고 그 결실이 국민에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마음껏 소통하고 융합할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게 바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시대적 사명이자 역할이기도 하다.

약 3억8,500만년 전 바다 생물이 육지로 건너오면서 지구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도 그런 경계를 넘어설 때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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