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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갈림길 선 국민연금개혁]소득대체율만 갖고 개혁 운운...본질 외면한 채 곁가지 치는 정부

<중>불평등 손 못대는 개혁안

1분위 가입기간 15.5년으로 고소득층 27.8년의 절반 수준

명목대체율 높여도 저소득층 혜택 미미...노후빈곤 이어져

기초연금 보장 기능 강화하고 국민연금은 소득비례로 바꿔야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사회보험이다. 국민이 번 소득의 일부를 최소 10년간 보험료로 부어 은퇴나 사고·질병으로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게 됐을 때 본인이나 유족이 연금으로 돌려받는 제도다. 일단 소득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업주부나 학생처럼 소득이 없어도 본인이 원하면 얼마든지 가입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에 해당한다. 직장이 없거나 불안정한 저소득층 중에는 애초에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가입기간이 짧고 낸 돈이 적어 받는 연금도 적은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낸 만큼 받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일수록 낸 돈보다 더 많이 주는 소득 재분배 성격이 강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뚜렷하다.

이 때문에 연금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에 대해 “노동시장의 격차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연금개혁의 핵심 목표는 현 세대와 미래 세대 간 불평등은 물론 같은 세대 안에서도 발생하는 계층·성별 불평등을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에 초점둬야 한다는 것이다. 5년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을 두고 온 사회가 홍역을 치르지만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개혁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소득계층 간 가입기간 격차 12년…소득대체율 15% 차이= 최근 국민연금 개편안에서 ‘뜨거운 감자’는 현재 45%에서 2028년까지 40%로 떨어지게 돼 있는 소득대체율을 다시 50%로 높일 것인지의 여부다. 하지만 45%든 50%든 이 비율은 가입기간 40년을 채웠을 때 받는 연금액이 기준이다. 청년들이 첫 직장에 들어가는 나이가 평균 23.6세(2016년 기준)임을 감안하면 64세까지 쉬지 않고 일해서 보험료를 꼬박 내야 그만큼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첫 취업이 늦거나 고용이 불안해 보험료를 낸 기간이 짧아지면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액도 줄어든다.

일할 수 있는 나이 때의 소득 불평등은 노후연금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실제 국민연금 가입기간은 저소득층일수록 확 짧아진다. 우해봉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과 한정림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생애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하위 20%)의 가입기간은 15.5년에 불과하지만 5분위(상위 20%)의 가입기간은 27.8년이다. 가입기간 12년의 격차는 대략 소득대체율 15%의 차이(명목대체율 50%일 경우)로 나타난다. 아무리 명목대체율을 높인다고 해도 가입기간 자체가 짧은 저소득층은 큰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건강 관리나 의료 서비스 수준이 뒤처질 수밖에 없어 기대여명도 짧다. 가입기간은 물론 연금을 받는 기간도 짧다는 얘기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분석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65%는 지금의 연금체계로는 연금을 받아도 은퇴 전 생활수준조차 유지하지 못한다. 중산층(58.8%)·고소득층(47.3%)보다 높은 비율이다. 강 연구위원은 “소득계층별 노후소득 충족률은 저소득층일수록 낮게 나타난다”며 “현행 제도의 개선이 없으면 연금에 의한 소득격차는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성별 격차도 만만치 않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의 분석 결과 25세 이후 1인당 연금급여 할당액은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2.1배 많았다. 고용시장의 특성이 성별 연금 격차로 이어진 것이다. 김수완 강남대 교수는 “고용률이 떨어지고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국민연금으로는 커버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 노후빈곤, 다층체계로 해결해야= 결국 소외계층의 노후소득을 높이려면 국민연금 강화로는 어렵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낸 것보다 더 받아가는 국민연금의 특성상 재정 불안만 커지는데다 혜택도 ‘많이 내는’ 중상위층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을 저소득층 중심으로 재설계해 ‘최저소득 보장’을 강화하고 유명무실한 퇴직연금의 역할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초연금 강화에 발맞춰 국민연금은 소득비례연금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층연금체계’를 내실화하자는 것이다. 국제적인 연금개혁 방향과도 맞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으로 노후소득을 높이려고 하는 순간 보험료율을 30%보다 더 올려야 해 감당하기 어렵다”며 “급여 적정성은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명 보사연 연구위원도 “중간소득 이하 계층은 국민·기초연금을 위주로, 중간소득 이상 계층은 국민·퇴직·개인연금을 통해 노후소득을 유지하는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65세 이상 어르신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도 과감한 재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25만~30만원인 기초연금을 일률적으로 40만원까지 올리면 2088년까지 1,416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 윤 위원은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기초연금 대상자를 줄이고 소득수준별로 차등 지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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