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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5일 개발원조의 날] IT·교육사업 등 지원...KOICA '물고기 잡는 법' 전수한다

■'한강의 기적' 경험 공유

올 개도국에 무상원조 8,000억

선진국 보다 양적으론 적지만

선순환 개발로 質 높이는데 주력

기업과 협력해 기술연수생 초청

베트남에 과학기술연구원 설립

필리핀선 양식장 설치 소득증대

이미경(왼쪽) 이사장이 지난 4월 KOICA의 도움으로 문을 연 탄자니아 모자보건병원을 찾아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KOICA




지난 14일(현지시간)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싱가포르 선텍컨벤션센터. 참가국 정상 중 최고령자인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무대에 올랐다.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선 마하티르 총리는 뜻밖에도 한국을 지목했다. 그는 “과거에는 말레이시아보다 못사는 나라였는데 최첨단 국가가 됐다”며 “많은 것을 한국에서 배우고 싶고 이를 바탕으로 말레이시아도 선진화를 달성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나이 아흔셋. 마하티르 총리는 1981년부터 2003년까지 무려 22년 동안 말레이시아 총리직을 수행한 후 은퇴를 선언했다 올해 5월 복귀했다. 제자리걸음만 하는 조국을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게 그가 돌아온 이유였다. 파격 복귀를 한 마하티르 총리는 다자회의 무대 한가운데서 벤치마킹 대상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한국의 성장 비결을 배우고 싶다”는 것은 비단 마하티르 총리만의 바람이 아니다. 한국은 현재 숱한 개발도상국들의 꿈이다. 7월 아프리카를 찾았던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가는 곳마다 유사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30~40년 전에는 한국과 케냐가 같은 레벨의 발전 단계였는데 한국은 선진국에 진입한 반면 불행히도 케냐는 퇴보했다”며 “케냐가 뒤처진 이유를 한국으로부터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25일은 ‘개발원조의 날’이다. 대한민국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뀐, 의미 있는 날이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날도 2009년 11월25일이다. 개도국을 대상으로 원조활동을 진두지휘하는 주체가 바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다. 한국의 기적을 전파하는 최전선에 서 있다.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지의 많은 국가가 닮고 싶은 대상으로 한국을 꼽는 것은 한국이 단지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 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빈곤과 결핍의 아픔, 성장 과정의 고통을 그 어떤 나라보다 잘 공감해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무상지원용으로 한국에서 실려온 쌀이 쌓여 있는 케냐 나이로비의 저장고를 찾았던 이 총리가 “한국 국민은 누구보다 배고픔을 잘 안다. 내 몸의 일부도 원조받은 식량으로 이뤄졌다”고 감회를 밝혔을 때 현장의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이끌고 있는 KOICA 역시 제2, 제3의 한국을 꿈꾸는 개도국들을 위해 단순한 금전적 지원 확대뿐 아니라 지원 내용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부 다른 국가들의 ‘일회성 현금 퍼주기’가 되레 수혜국 국민들의 발전과 성장 의지를 꺾었던 사례도 있는 만큼 선순환이 가능한 지원 방식을 추려내고 있다. 다시 말해 이웃 나라 일본이나 중국처럼 막대한 현금 공세를 할 수는 없지만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제대로 공유함으로써 공감과 호감을 이끌어내 국격을 제고한다는 게 KOICA의 운영 방침이다.

이미경 KOICA 이사장은 “무상원조 예산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는 양적 확대보다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ODA 규모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0.14%로 일본(0.23%), 독일(0.66%), 영국(0.7%) 등과 비교하면 낮다. 이 이사장은 “식민지배와 한국전쟁을 딛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나라, 수원국을 거쳐 공여국으로 발돋움한 나라 등 한국이 가진 경험을 강조하면 다른 선진국과 차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열·민주화 등도 닮고 싶은 한국의 매력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올해 KOICA의 무상원조 규모는 약 8,000억원 수준이다.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지의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업 분야별로는 프로젝트 사업, 개발컨설팅 사업, 연수생 초청 사업 등의 순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 긍정 이미지인 과학기술과 교육 분야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베트남과 케냐의 과학기술원 설립이 손꼽히는 사례다. 하노이에 들어서는 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의 경우 KOICA로부터 2014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7년 동안 지원을 받는다. 기존 베트남의 연구소나 대학과는 차별화해 실제 산업계와 연계한 응용연구를 중점적으로 하는 기관으로 세우는 게 목표다. 1965년 미국의 원조를 받아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한국의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의 성공 경험을 그대로 공유하는 것이다.

아이티 어린이들이 KOICA가 지원한 스쿨버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아이티에는 아직 대중교통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스쿨버스는 아이들 등하교에 중요하다. /사진제공=KOICA


KOICA는 한국의 발전을 이끈 교육 경험 공유에도 적극적이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독일 무상원조 전담기구 GIZ와 협력해 가나 현지의 직업훈련학교 4개에 여학생 대상 전자정비공과를 신설해 여성 공인정비사를 양성하기도 했다. 또 각국의 산업·농업 분야 공무원과 기술연수생 등을 한국으로 초청해 교육 기회를 주고 있다.

아울러 KOICA는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방식의 원조 사업도 발굴하고 있다. 2015년 시작한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Creative Technology Solution)이 좋은 예다. 예비 창업가나 스타트업으로부터 개발협력과 관련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사업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의료·교육·에너지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도입 이후 현재까지 총 17개국에서 44개 사업이 발굴됐으며 참여기업들의 자산도 평균 120% 증가하는 동반 성장 효과까지 내고 있다.

이 밖에 도움을 받는 기업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 기업들의 사회적책임(CSR), 공유가치창출(CSV) 징검다리 역할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협동조합과 함께 필리핀 아클란주 맹그로브숲 인근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친환경 수산양식장 설치가 대표적 사례다. 지역 주민들의 소득 증대뿐 아니라 환경보전활동, 유통 개선까지 여러 방면의 효과를 냈다고 KOICA는 설명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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