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에서 버스 광고에 얼굴 사진이 나온 유명 기업인이 길거리의 안면 인식 카메라가 무단 횡단자로 오인하는 바람에 대형 전광판에 얼굴이 노출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중국은 보행자들의 무단횡단이 일상화돼 상당수 도시에서 안면 인식 카메라로 신원을 확인해 망신주기용으로 대형 전광판에 얼굴을 띄우거나 당사자의 휴대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닝보시 공안은 시내 곳곳의 안면인식 카메라를 통해 무단횡단자를 적발, 얼굴을 전광판에 공개하고 있는데 세계 최대 에어컨 제조업체인 거리(格力)전기의 둥밍주(董明珠) 회장이 잘못도 없이 얼둘이 뜨는 사고가 발생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그는 1990년 36세의 싱글맘으로 거리전기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탁월한 영업력을 보이며 2001년 사장, 2012년 회장까지 승승장구했다. 2003년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로도 당선됐다. 그는 올해 초 “거리전기 8만 임직원에게 방 2칸에 거실 하나가 딸린 집을 줄 생각”이라며 “정년까지 일하면 집값이 아무리 뛰어도 집을 주겠다”고 말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둥 회장의 얼굴 노출은 바로 인공지능 안면인식 카메라가 지나가는 버스 광고에 실린 그의 얼굴 사진을 보고 보행자로 인식하는 오작동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닝보시 공안은 소셜미디어인 ‘시나 웨이보’에 게시한 둥 회장의 사진을 즉각 삭제한 뒤 “감시 시스템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철저한 업그레이드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거리전기 측은 “닝보시 공안의 격무에 경의를 표한다”며 “안전한 거리를 위해 교통 법규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화답했다.
중국은 현재 전국적으로 1억 7,000만 대 이상의 보안 감시 카메라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5년 누구의 얼굴이라도 3초 안에 90% 정확도로 식별하는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CMP는 “시민들은 사생활 침해 우려를 하고 있다”며 “인공지능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되길 바라는 중앙 정부를 의식해 지방 공안이 안면 인식 카메라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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