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5,000만명. 우리나라 인구수만큼의 사람들이 치매로 고통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오는 2050년 세계 치매 환자 수가 1억5,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초고령 국가에 들어선 일본은 지난 2015년 ‘신(新)오렌지 플랜’을 발표했다. 요양원과 같은 돌봄시설 이용 위주에서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더불어 사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아울러 치매에 대한 이해를 높여 환자와 가족에게 도움을 주는 ‘인지증(치매)서포터’ 제도를 만들었다.
성과는 뚜렷하다. 2017년까지 800만명의 서포터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참여자가 1,000만명을 넘었다. 환자들이 상담을 받거나 쉴 수 있는 ‘인지증 카페’는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해 2017년 기준 5,863개소나 있다. 일부 카페에서는 푸들·리트리버 등의 강아지를 환자들에게 다가가도록 훈련시키기도 한다. 평소 거의 말수가 없던 환자들이 강아지와 접촉하면 “옛날에 기르던 강아지가 여기 있네요”라고 입을 떼는 등 효과도 좋다. 일본은 이외에도 치매전문병원 500개소, 치매전담의사 4,000명, 요양사 600만명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2009년 ‘국가치매전략’을 도입하며 치매 문제를 세계 최초로 국가적 어젠다로 설정했다. 치매 치료제 개발 투자와 동시에 치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런던을 2022년까지 치매 친화 수도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치매 조기 진단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프랑스는 남서부의 도시 닥스 인근에 ‘치매 마을’을 만들었다. ‘병원에서 벗어나자’는 모토로 만들어진 프랑스의 마을은 간병인들이 간호복 대신 평범한 옷을 입는다. 사회적 상호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슈퍼마켓·미용실·레스토랑을 만들었다. 눈에 보이는 울타리는 없지만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많은 안전통로가 있다. 심리적인 고립을 피할 수 있도록 훈련된 개들을 수용했다. 120여명의 환자는 100명의 보호자, 120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활동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걸리는 호헤베이크(Hogeweyk) 마을도 유사하다. 2009년 완공된 이 마을은 국가가 치매 마을을 운영하는 프랑스와 달리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곳이다. 환자들은 음악감상실에서 피아노 연주를 듣고 요리실에서 애플타르트를 굽는다. 150여명의 중증 치매 환자와 300명 이상의 직원이 그들을 돕는다.
미국은 2011년 ‘국가 알츠하이머 프로젝트법’을 제정하고 2025년까지 치매 예방과 치료 방법을 찾기로 했다. 20억달러(약 2조2,435억원)에 달하는 연구비가 매년 투입된다. 2019년에도 23억4,000만달러(약 2조6,252억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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