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우리 사회의 웰빙을 위해 기업과 시장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가 없으면 시장의 무한경쟁에 따라 모든 기업이 ‘바닥으로의 경쟁(race to the bottom)’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통계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인천 송도에서 공동 개최한 제6차 OECD 세계포럼 개막 이틀째인 28일 말린 리파 볼보그룹 이사와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티글리츠 교수는 시장에서의 정보 비대칭성과 그에 따른 비효율을 설명하기 위해 ‘도덕적 해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시장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석학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개인의 웰빙에 기업이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인생의 3분의1을 직장에서 보내고 기업들은 우리가 소비하는 각종 재화와 용역을 생산한다”며 “폭스바겐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자동차를 생산하거나 식료품 기업이 소아당뇨를 유발하는 식품을 생산한다면 이것도 개인의 웰빙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업의 역할이 크다는 얘기다.
스티글리츠 교수와 리파 이사는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기업 스스로에게도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파 이사는 “웰빙은 기업 입장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라며 “우리는 최고의 인재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출신 직원에게 ‘왜 스웨덴 기업인 볼보그룹에 입사했느냐’고 물었더니 ‘직원을 대우하는 문화가 (자국과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며 “직원이 일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업 입장에선 대단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도 근로자의 웰빙은 물론 소비자,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기적인 주주 가치 극대화는 결코 사회적 가치 극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단기적인 분기수익만 따진다면 사람과 연구개발에 투자를 할 수 없고 오히려 사회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꼬집었다.
웰빙을 위한 기업의 노력을 촉진할 수 있도록 적절한 규제 시스템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자율 규제가 없다면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적절한 규제가 없다면 시스템 자체가 붕괴하고 ‘바닥으로의 경쟁’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펩시 대표와의 대화를 소개하면서 “펩시는 건강한 음료를 개발하고 싶어도 다른 기업들이 당 함유량이 높은 상품 판매에 혈안이 돼 있어 펩시도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그런 음료를 판매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인의 선한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리파 이사도 “지속 가능성이 장기적인 수익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영진이라면 규제가 필요 없겠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이 많다”며 “환경에 대한 관심과 시민 웰빙에 대한 노력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와 절차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송도=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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