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김기범(가명) 대표는 기준금리 전격 인상 소식을 접하자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눈앞이 캄캄하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 대표는 한국과 미국 금리가 역전된 지 한참이 지났고 여권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을 주장해온 만큼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수년간 사업부진으로 회사 신용도가 떨어져 은행권으로부터 5% 초반대의 고금리를 적용받고 있는데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당연히 은행은 이보다 높은 금리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며 “오랜 불경기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중소기업계가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니 내년도 사업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30일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업계에 따르면 불경기에다 소비심리 위축, 노무비 상승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늘어나며 대다수의 영세기업들이 4중고에 처하게 됐다. 이미 한계 상황에 처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줄도산할 수밖에 없다는 어두운 전망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휴대폰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최우석(가명) 대표는 “신용도가 높고 실적이 우량한 기업들은 은행권으로부터 2% 후반대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4% 후반대 또는 5% 초반대 이자를 내고 있다”면서 “담보대출이든 신용대출이든 대부분 3개월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 상품을 쓰고 있어 금리 인상 충격을 피할 방법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져 상당수 중기의 신규 대출이 끊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대한 시중금리가 이미 상당히 인상된 상황”이라면서 “은행권이 대출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있는 최근 추세에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려 신규 대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내수침체와 제조업 가동률 하락 등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이 매우 까다로워졌는데 앞으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기업이 이번 금리 인상 소식에 가슴이 내려앉았다면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참담한 표정이다.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이 창업이나 사업 운영 과정에서 적지 않은 대출을 끼고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번 금리 인상은 비용 부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경우 가맹본부 등과 협의해 우대금리를 적용받은 경우도 있지만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사업장 운영비로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한 점주는 “올여름 통장이용 연장을 하러 은행을 갔더니 이미 지난해보다 1%포인트나 금리가 올라 있었다”며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이 점주들 사이에 많았는데 이번에 실제로 기준금리가 또 올랐다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 역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외식 인구도 줄어 역대 최대급으로 장사가 안되는 와중에 금리까지 오른다니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발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편의점주들 역시 걱정을 나타냈다. 최종열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이사는 “점주마다 사정은 다 다르겠지만 통상 하는 말로 창업비와 운영비의 70~80%는 대출로 꾸려간다고들 한다”며 “대출금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더 큰 고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담보대출 등 비교적 금리가 낮은 대출 상품을 더 받을 여력이 없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결국 카드론이나 사채 등의 고금리 위험 상품으로까지 손을 뻗을 수밖에 없으리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맹준호·김경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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