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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명품에 대중 브랜드 믹스…소비자 줄 세운다

■뭉치면 뜬다 'X의 경제학'

콧대 낮춰 다양한 고객에 어필 전략 성공

소비층 고려 않고 물리적 결합땐 졸작도

펜디X휠라 캡슐 컬렉션 상품컷




#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공통점은 앞글자가 알파벳 ‘F’로 시작한다는 것. 두 브랜드 모두 이탈리아에서 탄생했다는 점도 겹친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FENDI)’의 컬래버레이션 이야기다. 두 브랜드 간 협업은 펜디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휠라와 펜디의 제품을 가상으로 합성해놓은 한 그래픽 디자이너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영감을 받은 펜디 측이 휠라에 손을 내민 것. 지난 2018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처음 선보인 두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은 펜디의 클래식한 분위기에 휠라의 경쾌한 디자인이 더해져 주목을 받았다. 휠라와 펜디는 지난달 캡슐 컬렉션 ‘펜디 마니아(Fendi Mania)’를 전 세계에서 동시에 론칭하며 활발히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명품의 컬래버레이션은 언제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름값 때문에 관심을 받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온갖 비난을 사기도 한다. 더군다나 아쉬울 게 하나 없는 명품이 콧대를 낮추고 대중적인 브랜드와 호흡을 맞추는 배경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일찍이 럭셔리 하우스는 오래된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젊게 쇄신하고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명품과 대중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스웨덴 SPA 브랜드 H&M은 매년 한 회 이상 명품과 협업해 스페셜 컬렉션을 선보인다. 2004년 샤넬 수석 디자이너로 유명한 칼 라거펠드를 시작으로 랑방·베르사체·지미추 등 명품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장안의 화제가 된 사례는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컬래버레이션이다. 슈프림의 강렬한 빨간색 로고와 루이비통의 트레이드마크가 합쳐진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서울 청담동 루이비통 플래그십스토에서만 판매되는 한정판을 구매하기 위해 많은 소비자가 밤샘 대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한정판 제품은 판매 당일 동났다.



사실 이 두 브랜드는 송사로 얽힌 사이다. 2000년 루이비통은 슈프림이 자사 패턴을 무단 도용해 상품화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불편한 일로 엮인 관계임에도 루이비통이 슈프림과 협업을 진행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트리트패션 브랜드와 함께 작업하며 혁신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품이라고 해서 성공의 ‘보증수표’가 되지는 않는다. 올해 H&M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모스키노(MOSCHINO)’와 진행한 컬래버레이션의 파급력이 이전만 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16년 진행했던 H&M과 프랑스 럭셔리브랜드 ‘발망(BALMAIN)’의 협업 제품 역시 판매 당시에는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내 ‘처분 대란’을 겪었다. 현재 발망 한정판 제품은 중고시장에서 구매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명품의 컬래버레이션도 패착을 피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격대·품질 등 모든 면에서 손을 맞잡은 두 브랜드 간 격차가 심할 경우 소비자가 외면하기 마련이다. H&M과 발망이 실패한 것도 서로 다른 소비층을 고려하지 않고 조화롭지 못한 ‘물리적 컬래버레이션’을 이뤘기 때문이다. 발망의 주 소비층이 저렴하지만 상대적으로 저품질인 제품을 구매할 유인은 없었다. H&M의 고객층도 기존 상품보다 값비싼 협업 제품을 살 이유를 찾지 못했고 그 결과 야심 차게 준비한 컬래버레이션은 실패로 돌아갔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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