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만에 날아든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증가’ 낭보에도 경기 하강의 먹구름은 더 짙어지고 있다. 30일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현재의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10월에도 0.2포인트 하락해 7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2004년(4~10월) 이후 최장 기간 하락 중이다. 앞으로의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5개월 연속 떨어졌다. 전 세계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기지표가 이렇게 오랜 기간, 큰 폭으로 동반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10월 건설기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표가 증가했지만 개선의 흐름이 아주 강하지는 않아 경기 지표가 상승세로 전환하지는 못했다”며 “선행지수를 봤을 때 다음달에도 좋은 흐름이 유지될지는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 절벽’의 조짐도 여전하다. 올해 3월부터 6개월 연속 곤두박질쳤던 설비투자는 9월(3.3%) 상승세로 돌아선 뒤 10월에도 1.9% 증가했다. 하지만 투자의 질은 오히려 나빠졌다. 생산설비 증설이 아닌 기업의 자동차 수입 증가에 따른 ‘반짝’ 호조라서다. 기계류 투자는 오히려 0.9% 줄었고 건설기성도 토목(-5.5%)·건축(-1.2%) 실적이 모두 줄어 2.2% 감소했다.
이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따라 앞으로 투자 여건이 더 나빠지고 고용감소→소비위축의 악순환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월별 지표를 떠나 전체적인 추세를 봤을 때 반도체를 필두로 한 극소수의 산업을 제외하면 나머지 산업은 상황이 상당히 안 좋은 모습”이라며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은 노동비용 부담이 많이 늘어난 상태인데 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 비용도 늘어 투자 여건이 더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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