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독감 감염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환자 발생 건수가 예년 같은 기간의 두배에 달해 2009년 신종플루 대 유행 때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환자들은 검사키트 등이 비급여인 탓에 진료비가 비싸 이중고를 겪고 있다.
1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병원을 방문한 1,000명 당 인플루엔자 의심환자 숫자를 뜻하는 인플루엔자의사환자분율은 34명으로 전주 19.2명에 비해 2배, 지난 달 초 7.8명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예년 같은 기간의 두 배에 달해 신종플루가 창궐했던 2009년을 포함,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인플루엔자 유행은 해가 지날 수록 심해지는 모양새다. 2000년대 초반 1,000명 당 의심환자 수는 15명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부터 그 수치가 급격히 늘었다. 백신업계 관계자는 “인플루엔자 백신은 표면 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이나 뉴라미니다제를 통해 바이러스를 죽이는 방식인데 이 두 단백질의 변이가 매우 심한 편이라 예방접종으로도 감염을 막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고 밝혔다.
특히 7~18세 사이의 학생들이 인플루엔자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7~12세의 경우 의심환자가 1,000명 당 84.6명, 13~18세는 86.9명에 달해 평균보다 두배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어린이 독감 예방접종률 70%가 무색해지는 수치다. 질본은 지난해보다 빠른 증가세에 지난 달 16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지만 역부족이다. 질본 관계자는 급속도로 퍼지는 인플루엔자에 대해 “아직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환자들을 더욱 울상짓게 만드는 것은 높은 진료비다. 인플루엔자를 확진하는 독감검사키트가 아직 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검진료만 3만원을 넘는다. 여기에 진료비, 약값, 완치가 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 등을 포함하면 1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지출된다.
A형 독감 치료제로는 타미플루와 페라미플루가 있다. 타미플루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가격이 비교적 싼 대신 구토, 환각 등 부작용이 심한 편이다. 감염된 바이러스가 다른 세포로 퍼지게 막는 약의 작용기전 때문에 중간에 복약을 중단하면 안 되며 치료 속도도 느린 편이다. 페라미플루는 한 회 주사로 치료가 가능하고, 발열을 잡기 때문에 일반적인 감기 증상으로 버틸 수 있다. 대신 급여 적용이 되지 않고 수액과 함께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15만원 가량의 약값이 추가로 필요하다.
질본 관계자는 “독감이 겨울마다 유행하고 있는 데 따라 4가 예방접종의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독감검사키트의 급여화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독감 무료 예방접종에는 A형 2종과 B형 1종을 예방하는 3가 백신만 인정하고 있다. A형 2종, B형 2종을 예방하는 4가 백신은 접종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관계자는 “아직 페라미플루의 급여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