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공모해 특정 연예인들을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킨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재철 전 MBC 사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검찰이 각각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선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사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결심 공판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자격정지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대한민국 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수장과 MBC의 대표이사가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을 제작하거나 의견을 표명한 방송인들을 퇴출해 재갈을 물리고 방송을 장악하려 한 사건”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권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다수의 방송인을 퇴출해 수많은 국민의 피땀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며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김 전 사장과 원 전 원장은 국정원으로부터 ‘MBC 정상화 문건’의 내용을 전달받아 김미화·김여진 씨 등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막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퇴출 대상으로 분류된 기자·PD 등 MBC 직원들을 부당하게 업무에서 배제한 혐의도 있다.
김재철 전 사장은 최후진술에서 “저는 정치부 기자로서 여당과 야당을 모두 출입해 정치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 저는 ‘정상화 문건’을 본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과 순차적으로 공모해 언론을 장악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폭풍의 시대에 어려움 겪고 힘들었지만 뼈 빠지게 일한 죄밖에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전 사장의 변호인도 “취임 후 이뤄진 일은 방송의 중립성을 위한 조치로 새 경영진의 경영 판단이었을 뿐”이라며 “자의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MBC에서 ‘올바른 방송’이라는 미명 아래 이뤄지는 조치도 다른 면에서는 편향된 것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변호인은 당시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을 MBC아카데미로 보내 ‘브런치 만드는 법’ 등 업무와 무관한 교육을 받게 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는 인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두고 김 전 사장은 “9시 출근해 5시에 퇴근하고, 방송과 관련한 교육을 하는 것이었다”며 “그런데도 후배들이 그 교육을 왜 받느냐고 하니, 저로서는 반성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세훈 전 원장도 “국정원장에 취임한 이후 다른 기관에 가서 업무를 간섭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고, 실제로 직원을 징계하기도 했다”며 “그랬던 사람이 간섭하는 일을 시켰다고 재판을 받으니 정말 답답하다”고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