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8일 19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사가 전날 심야 협상을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는 데는 실패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8일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열고 공식적으로 파업에 돌입한다. 전날 오후 11시께 노사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페이밴드(호봉상한제)·성과급 등의 핵심 쟁점을 놓고 최종협상을 시작했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사실상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노사는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를 놓고 서로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산별 협상에 따라 임금피크 진입 시기를 1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측은 직급별 임금피크 진입 시기를 통일하면서 팀원 이하의 경우에는 6개월 연장에 그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날 총파업 선포식에는 전날 오후 9시부터 밤샘 집회를 함께한 조합원 5,000여명(노조 추산·오전 2시 기준)이 참석할 전망이다. 국민은행 전체 조합원이 휴직자 등을 포함해 1만4,000여명인 것을 고려하면 직원의 35%정도가 파업에 참가하는 셈이다.
사측은 영업점 규모와 접근 편의성을 고려해 지역별 거점점포 411곳을 선정해 운영할 방침이다. 거점점포는 서울 145개, 수도권 126개, 지방 140개점이다. 나머지 영업점도 개점은 하되 최소 인원이 근무하기로 했으며, 일선 영업점에서 인력 부족 등으로 할 수 없는 업무는 거점점포로 안내해 처리한다. 현재 모든 영업점이 정상 운영중이다.
파업 당일 영업점에서 주택구입자금대출, 전세자금대출, 수출입·기업 금융업무 등이 일부 제한될 수 있다. 현재 각 영업점에는 적은 인원으로도 업무를 꾸려가기 위한 가이드북이 배치되어 있다. 이와 동시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비롯한 365자동화코너와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서비스로 고객을 최대한 유도하고,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콜센터를 통해 문의하는 고객에게는 영업점 수요를 분산해 안내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비상대책위원회와 종합 상황반을 운영하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은행 업무를 봐야 하는 고객들은 이번 파업으로 적잖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날 대출을 통해 부동산 매매 잔금을 처리해야 하는 고객이다. 국민은행은 해당 고객에 거점점포를 안내하고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대출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자금대출과 가계자금대출의 경우에도 8일이 만기인 경우 연체이자 발생 가능성이 높으므로, 국민은행은 기산일을 변경하는 안을 검토해 고객이 파업으로 연체이자를 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파업은 하루짜리 경고성 파업이지만, 노사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3월 말까지 단기 파업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 당장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차 총파업이 예정된 상태이며 3차(2월 26∼28일), 4차(3월 21∼22일), 5차(3월 27∼29일) 총파업 일정까지 나왔다. 노조는 설 연휴와 3월 4일에는 조합원 집단휴가를 독려하고 있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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