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3달 간 에너지소비 효율 1등급 가전제품을 구매하면 구매 가격의 10%를 환급해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환급 대상은 40인치 이하 TV, 에어컨, 김치 냉장고 등 5개 품목.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환급 신청 시스템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소비자가 몰려들었고 매출은 오프라인에서 6.4%, 온라인은 20.3% 증가했다. 이를 두고 가전업계의 매출 증가뿐 아니라 고효율 가전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몽열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실장은 8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에너지 소비구조 혁신 토론회’의 토론자로 나서 “미국과 유럽 중국조차도 인센티브를 통해 에너지 고효율 제품의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며 “에너지 효율 제품 보급을 위해선 규제보다는 인센티브가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 실장은 “현재 정부가 자동차 구매에 한해 개별소비세를 하고 있는데 왜 가전제품은 하지 않고 있느냐”면서 “고효율 제품에 한해서라도 자동차와 같이 개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자동차의 개별소비세 인하 방식도 무작정 다 인하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 별로 인하 폭을 달리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하 실장은 정부가 준비 중인 ‘탑 러너(Top runner)’ 제도에 대해선 “기업들의 자율성을 열어줘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탑 러너 제도란 경쟁제품 중에서 에너지효율이 가장 높은 1등 제품을 정부가 발표하고 일정 기간(4~8년) 이후에도 1등 제품의 에너지효율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제품 판매를 금지시키는 제도다. 하 실장은 “에너지 효율 목표치 달성이 의무화 될 경우 중소기업의 부담은 크게 가중된다”며 “제품 원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수이 홍익대 교수도 “중소기업의 경우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여력도 없고 기술도 없다”며 “정부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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