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 방문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기아차(000270) 미국 판매법인(KMA). 이곳과 대각선으로 마주 보는 디자인센터 건물 앞에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말 미국과 한국 시장에 출시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로 보이는 큰 차가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니 이 차는 ‘텔루라이드’. 기아차가 14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할 새로운 대형 SUV다. 거대한 사각형을 형상화한 듯한 굵은 선의 앞모습에 기아차의 디자인 정체성인 호랑이 코 형상의 그릴을 넓은 직사각형으로 다듬었다. 거대한 폭포가 쏟아지는 듯한 캐스케이딩 그릴과 아래로 찢어진 악어의 눈으로 대담하면서도 화려한 팰리세이드와 달리 텔루라이드는 마치 메르세데스벤츠의 G바겐처럼 각지면서도 우람한 정통 SUV의 정체성을 녹였다. 커트 카할 기아차 시니어 디자인 매니저는 “텔루라이드는 크기와 존재감에 중점을 두고 크고(big) 대담(bold)하며 박시(boxy)해 보이도록 하는 것에 집중했다”며 “기아차의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SUV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도 좋은 품질과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차를 디자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팰리세이드에 이어 텔루라이드까지 등장하면서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SUV 라인업은 완성됐다. 마이클 폴 기아차 미국 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라이트트럭과 SUV가 강세를 보이는 현재의 트렌드가 (세단·소형차 등으로) 역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SUV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법인은 확충한 SUV 라인업을 앞세워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판매 확대에 돌입한다는 각오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미국 시장 공략 포인트는 △SUV △친환경차 △제네시스 등 세 가지다. 기아차는 지난 LA 오토쇼에서 공개한 미국 베스트셀링카 쏘울 3세대에 이어 텔루라이드를 공개하고 현대차(005380)도 팰리세이드에 이어 소형 SUV 등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SUV에 대한 기대가 크다. 취재진과 만난 클리프 앨런 현대차 현지 딜러는 “올해 팰리세이드의 성공 가능성은 아주 높다”며 “팰리세이드가 새로운 차급으로 등장해 고객층을 확실히 넓혀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도 올해 전용 딜러망을 확충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 확대에 나선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브랜드 등록을 완료했다. 올해는 딜러 선정과 딜러 라이선스 획득 등을 통해 1·4분기까지 미국 전역에서 제네시스 전담 딜러망 선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지난해 출시해 각종 매체에서 ‘2019년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호평을 받은 G70에 이어 올해 상반기 중 G90 신차를 미국 시장에 선보이고 판매 확대에 나선다. 이와 함께 최근 수소전기차 넥쏘를 처음으로 미국 고객에게 인도한 데 더해 1·4분기 중 신형 쏘울 전기차(EV)를 내놓으며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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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시장은 금리 인상에 따른 자동차 할부금융 부담과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역시 정체를 보인 탓에 현대차는 전년에 비해 1.1% 감소한 67만7,946대, 기아차는 전년 수준인 58만9,763대를 팔았다. 하지만 올해 현대기아차는 대형 SUV와 제네시스·친환경차를 앞세워 시장이 역주행하는 상황에서도 미국 시장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윤승규 기아차 북미권역·판매본부장은 “올해는 기아차만 해도 지난해보다 늘어 60만대 판매를 넘길 것으로 본다”며 “(대형 SUV 출시로) 상대하는 시장이 늘어난 만큼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바인=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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