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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상법개정 추진]외국계 자본 경영개입 우려에도...막무가내 밀어붙이는 정부

법무부, 상법개정 추진 재확인

先手 두며 재계 불만 정면돌파

경총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땐

기업 경영권 방어수단 취약해져"

한국당 등 보수야당 강력 반발

법제화까지는 시간 걸릴 듯

정부가 5대 그룹 총수 등 ‘기업인과의 대화’를 앞두고 14일 상법 개정 의지를 재확인한 데는 ‘재계 불만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그룹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 130명을 초청해 격의 없는 대화의 시간을 가진다. 현 정부 들어 대기업·중견기업 총수는 물론 지방상공회의소 회장단까지 청와대에 초대하는 게 처음이다. 게다가 주제의 제한도 없어 이른바 ‘돌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지금껏 쌓아두었던 현 정부 경제 정책 기조에 대한 불만이 쏟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만큼 이날 상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게 재계에는 ‘경제 정책 가운데 이 부분을 무조건 추진한다’는 뜻의 강한 메시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선수(先手)’인 셈이다.





◇재계 “경제가 이 모양인데”…위기 우려 한 목소리=하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전자투표제·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 선출·다중대표 소송제 등 이날 법무부가 핵심 상법 개정 사항으로 힘줘 언급한 부분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10년간 미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쏟아낸 과잉 유동성과 중국 기업들의 자본 축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된 상황에서 상법 개정이 이들 기업의 존폐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언제든 외국 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는 위기에서 정부가 오히려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감사위원 분리 선임이다. 현재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돼 있다. 여기에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분리 선임까지 의무화되면 대주주의 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대주주의 의사결정권은 과도하게 제약될 수 있다. 외국계 자본이 규합해 감사위원을 선임하고, 주요 인사를 경영진에 참여시킬 경우 사측의 의사결정은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다중대표소송제도 재계가 우려하는 대목 가운데 하나다. 다중대표소송제란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자회사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모회사 주주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자회사는 독립적인 경영을 하지 못해 적시에 정확한 결정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외국계 자본이 모회사의 지분을 취득해 자회사 경영에 개입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경총 관계자는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대다수 국가에서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일부 예외적으로 제도를 운용하는 미국, 일본에서도 매우 엄격한 소송 제기 요건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의지 강하지만 개정까지는 ‘산 넘어 산’=정부가 상법개정안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법제화까지는 험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의 반대를 헤쳐나가야 한다. 현재 보수 야당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기업이 해외 투기자본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어 득보다 실이 크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7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4개 경제단체도 국회를 찾아 상법 개정안 반대 등 재계 건의 사항을 자유한국당 지도부에 전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를 독려한 데 이어 이날 법무부도 관련 절차에 착수하면서 여당도 관련 입법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상법 개정이 기정사실로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수 야당에 대한 설득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문 대통령에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경제민주화의 미명 아래 상법 개정안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국회 차원의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한 바 있다.
/김현상·안현덕·구경우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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