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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머니] 마진 안난다며 저축은행 대출 접자…저신용 10만명 사채로

■ 역설부른 당국 '고금리 대출 규제'

당국, 건전성 규제 강화 나서자

대부업체까지 저신용 대출 꺼려

카드사는 고신용자에 영업 집중

한도 한꺼번에 3배 올려주기도

"대출 빈익빈부익부 심화" 지적





저축은행이나 카드사들이 신용 1~3등급에 해당하는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확대하고 부실 우려가 큰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자제하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저신용자에 대한 금리 부담을 낮춰준다며 고금리 대출을 제한한데다 여신관리를 강화하도록 하자 저축은행과 카드사들이 부실 우려가 높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잇따라 축소 또는 폐지하고 있어서다. 당국이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한 결과 역설적으로 저신용자가 급전을 융통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생겨난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고신용자에 대한 한도 금액을 잇따라 상향하고 있다. 직장인 A씨의 경우 본인이 원하면 총한도 금액을 기존 460만원에서 1,460만원으로 세 배 이상 상향할 수 있게 됐다. 가능한 현금서비스 한도도 100만원이었지만 400만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고금리 대출 자제, 보수적인 여신관리를 주문하자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신용자를 상대로 신용한도와 현금서비스 금액을 늘리면 부실 우려가 없는 안전한 채권이 늘어나는 것이어서 건전성 관리가 용이하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 여신전문 권역의 신용대출 중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소득분위는 고소득층 및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소득 4분위(28.7%)였다. 소득 5분위의 경우 신용대출 증가율은 22.8%를 기록했다.

반면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더 죄고 있다. 저소득 계층인 1분위와 2분위의 신용대출 증가율은 각각 9.0%, 12.6%이어서 고소득층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중·저신용자들이 급전이 필요할 때 주로 찾는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의 경우 금융당국이 건전성 강화와 고금리 대출 자제 등을 압박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중금리 대출을 접는 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대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사잇돌대출 등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대출잔액 기준 70~80%가 1~3등급 고신용자에게 내준 저금리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신용자들이 급전 등을 빌릴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 2금융권에서마저 대출을 받지 못하는 중·저신용자들은 대부업체나 사채로 밀려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협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확한 데이터를 산출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법정금리 인하와 고금리 대출 자제 등의 규제로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등에서 밀려나 사채로 옮겨간 차주들이 최소한으로 잡아도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얼마만큼의 차주들이 2금융권을 이용하지도 못하고 사채로 넘어가고 있는지 금융당국도 정확한 추산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말로는 서민 대출 부담을 완화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서민들이 돈을 빌릴 곳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며 “방치하면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신용자 차주들이 저축은행·카드사를 이용하다 대부업체, 그리고 더 밀려 사채로 이동하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도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대부업 잔액은 17조4,470억원으로 지난 2017년 말 16조5,014억원보다 반 년 새 1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에서 밀려난 저신용 차주들이 대부업체에서 원리금 등을 한꺼번에 대출받은 영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대부업 대출을 받은 차주는 236만7,000여명으로 6개월 전보다 10만6,000여명이 감소했다. 이는 대부업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한 7~9등급 저신용자들이 사채로 밀려났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인수한 대부업체들이 고금리인 대부업 대출을 줄인 영향도 있지만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최소한의 예대마진을 확보하지 못하자 대부업 업체들도 저신용자 대출을 꺼리면서 저신용자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자 결국 사채로 몰렸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말했다.

대부업체나 사채로 몰린 저신용 차주들의 원리금 부담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대부업체 평균 대출금리는 20.6%나 된다. 저축은행의 평균금리가 10% 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이자상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불법사금융(사채) 이용 실태에 따르면 2017년 미등록 대부업체나 사채 등을 이용한 사람은 52만명이다. 이들은 총 6조8,000억원을 빌렸으며 최고금리는 연 120%에 달했다. 또 1만명이 66%를 초과하는 고금리를 이용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외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2금융권 연체율이 소폭 상승하자 금융당국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온데다 포용적 금융을 앞세워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준다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사실상 못하도록 규제해왔다”며 “보고 듣기에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저신용자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2금융권은 물론 대부업체서 마저 밀려나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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