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월 랠리’를 바라보는 증권사 전문가들의 전망은 조금씩 엇갈린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바이 신흥국’의 일환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불안한 펀더멘털과 대외 변수가 현재의 흐름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도 높았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은 한국을 겨냥했다기보다는 신흥국 전반의 낮은 밸류에이션에 베팅하는 패시브 자금”이라며 “연초에 전세계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집행이 많이 이뤄지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중국과 한국을 묶어서 들어오는 패시브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현대차(005380) 실적이 최악인데도 외국인투자자들이 순매수하는 이유도 패시브 자금의 특성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던 경기·기업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오히려 투자자들이 안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좋지 않은 경제지표, 기업실적이 주가에 선반영됐고 이제는 앞으로의 개선 전망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는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증시는 나빴다. 그 이유가 이후의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면, 현재는 반대로 펀더멘털이 불안하지만 앞으로 개선될 일만 남았다는 판단이 오히려 투자자들을 증시로 불러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대부분의 악재가 이미 노출됐고 2월 말로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 전까지는 정치적으로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져 안정적인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2월 이후다. 정용택 센터장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어쨌거나 경기 둔화의 초입인 만큼 기본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본다”며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데 주가가 올라 있기 때문에 결국 다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통화정책, 브렉시트와 환율보고서 등 굵직한 변수에 따라 상황이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학균 센터장과 오현석 센터장 역시 무역분쟁, 미국 통화정책, 중국 경기부양책 등의 흐름이 변수긴 하지만 펀더멘털이 증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 센터장은 “실적 전망은 여전히 하향조정되고 있는데 주가가 올라 밸류에이션 매력마저 희석됐기 때문에 2월에는 자금 유입이 둔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윤지호 센터장은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경제지표, 브렉시트 등에 대한 불안은 이미 변수가 상수로 변했다고 보면 된다”며 “한국 증시는 밸류에이션이 낮은 데다 시가총액 상위 50종목의 배당수익이 3%까지 올라가는 등의 매력까지 갖춰 원화가 지나치게 강세를 보이지 않는 이상 외국인 매수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 말 증시 급락에 손절한 경험이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아직 관망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변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투자 전략은 낙폭과대주, 실적개선주 등으로 모아졌다. 윤지호 센터장은 “SK하이닉스 등은 지난해 하반기 미디어업종 등 성장주가 오르는 사이 많이 떨어졌다”며 “많이 팔았지만 앞으로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눈여겨보라”고 권했다. 오현석 센터장은 “밸류에이션 매력을 갖춘 종목, 상대적으로 실적 전망이 좋은 종목 등을 골라내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김학균 센터장은 ‘배당’과 ‘역발상’을 투자 키워드로 제시했다. 매년 2~3%의 배당을 챙겨 재투자하고, 많이 빠졌을 때 저가 매수해 상승 기회를 늘리라는 조언이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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