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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해외펀드기준가 '익일'로..빈대잡다 초가삼간 태울라

증권부 권용민기자





“시차도 없는 일본 증시가 오늘 폭등했는데, 내일모레 아침에서야 자산가치를 인정받으면 누가 펀드에 투자하겠습니까? 직구(직접투자)하지.”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해외펀드 기준가 산출 시점 변경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펀드 경쟁력을 떨어뜨려 금융투자시장 전체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분위기다.

펀드 기준가격은 말 그대로 펀드를 사고팔 때 적용되는 가격이다. 채권·주식·파생상품 등의 종가를 일일이 확인한 뒤 이를 다시 일정한 계산식에 대입해 구한다. 현재는 한국과 시차가 1시간 30분 이내인 국가(중국·일본·홍콩 등)는 당일 종가를 반영해 실질 자산가치(NAV)를 산정하고 런던·미국 등 시차가 많이 나는 지역은 전일 종가를 반영한다.



금융당국은 최근 이 같은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한국과 시차가 나지 않는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권 국가 펀드들도 기준가 산출 시점을 모두 익일로 변경하겠다는 게 골자다. 해외 자산을 편입하는 펀드가 늘어나면서 종가 취합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펀드 기준가를 산정하는 일반사무관리회사 종사자들의 업무가 과도하다는 이유다. 이는 기준가 산정 오류로 이어져 펀드가입자에게 손실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 변경으로 인해 나타나는 부작용에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기준가 산출 시점이 늦어지면 펀드의 실제 가치와 기준가 사이에 큰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예컨대 28일 일본 증시가 폭등한다 해도 펀드 기준가는 27일 종가 기준으로 산정되고 다음 장이 시작되는 29일에는 이미 이틀 전 가치가 된다. 한 대형 증권사의 관계자는 “해외펀드 상품성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상장지수펀드(ETF)만 생각해봐도 투자자들은 괴리율이 크게 벌어진 국내 ETF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차라리 해외 ETF에 직접 투자하는 게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일반 미국 펀드도 매도 후에 자금 회수하는 게 느리다는 불만이 있는데 아시아권 국가들까지 그렇게 해버리면 투자자들의 원망은 어떻게 감당하려 하냐”고도 반문했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업무로 인한 기준가 산정 오류와 산출일 획일화의 실익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업무가 과도하면 직원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지만 전체 시장 경쟁력 자체가 약화되면 투자자는 떠난다. 시장 관계자들은 “아무리 말해봤자 씨알도 안 먹힌다”는 불만을 쏟아낸다. 사무관리회사에 대한 지원 등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다면 노동시간에 민감한 현 정부의 코드만 신경 쓴다는 비난이 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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