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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첫발 뗐는데..."광주형 일자리 2~3개 추가" 판 벌리는 정부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

재계 "노조 반발·수천억 자본유치 등 과제산적"에도

정부 "상반기내 다른 지역까지 사업 확대" 자신만만

文은 "함께 가는게 빠른길" 현대차노조에 양보 요구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왼쪽)과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가 31일 광주시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형 일자리 협약식에 참석해 “성급하게 자기 것만을 요구하는 것보다 조금씩 양보하면서 함께 가는 것이 결국은 빠른 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소속 현대기아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 협상 결과에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에둘러 양보를 촉구한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31일 “광주형 일자리가 사회적 대타협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이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준용하면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주력산업 구조조정으로 지역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지역일수록 광주형 모델을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형 일자리 타결을 누구보다 바랐던 만큼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5월의 광주가 민주주의의 촛불이 됐듯 광주형 일자리는 경제민주주의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광주형 일자리는 혁신적 포용국가로 가는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자 포용국가의 노둣돌(말에 오르고 내릴 때 발돋움을 위해 대문 앞에 놓은 큰 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의 성장은 고용으로 귀결돼야 한다”며 “국민은 좋은 일자리를 통해 삶의 희망을 갖고 사회안전망 속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은 이번 협약으로 광주 지역 경제와 일자리, 산업계 모두에 도움이 되는 ‘윈윈 협약’이 될 것으로 봤다. 문 대통령은 “매년 5,000여명의 청년이 광주를 떠나지만 빛그린 산단에 완성차 공장이 들어서기만 해도 1만 2,000개의 새 일자리가 생기고 청년들도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자동차 산업도 혁신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23년 만에 완성차 공장이 국내에 새로 지어지는 것으로, 성공하면 국내 공장도 국제경쟁력을 갖춰 미래차 경쟁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로 나갔던 다른 제조업 공장도 국내로 돌아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에 재계는 답답하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막 시작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 모델을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대하겠다고 말하며 정부의 성급함에 산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광주형일자리 사업은 이제 한 발을 디뎠을 뿐 사업이 성공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광주형일자리 사업을 통해 건설되는 신설 공장에서는 경차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게 된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17년 만에 경차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게 됐다. 경차 시장은 쪼그라들고 있지만 경형 SUV라는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설 법인이 정치권 등 외풍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줘야 한다. 현대차는 신설법인 경영에는 관여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광주시가 최대 출자자로 있는 만큼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배가 산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가 하는 것도 아니고 주체가 모호하다”며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현대차의 노사관계가 그대로 드러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 유치도 과제다. 총 투자금액인 7,000억 원 가운데 자기자본금 2,800억 원을 광주시(21%)와 현대차(19%), 재무적 투자자(60%)가 충당한다. 그러나 나머지 4,200억 원의 대규모 차입금을 조달해야 하는 데 쉬운 일은 아니다. 노조 문제도 관건이다. 당장 사업에 반대하며 파업 으름장을 놓고 있는 현대차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 아울러 최저임금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35만대 생산까지 현재의 임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사업의 성공 여부를 두고 걱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부는 이미 사업이 성공한 것인냥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 부총리 최종 합의가 이뤄지기도 전인 30일 “2월 말까지 광주형 일자리의 일반모델을 만들어 상반기에 2~3개 선정할 것”이라고 말한 때문이다. 사업이 성공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가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때 이미 다른 지역에 비슷한 혜택을 주겠다는 ‘선심성’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정부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확산될 것“이라며 ”사업 시작하기도 전에 다른 지역을 거론하며 확대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박성호·이태규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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