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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정상성의 종말] '예측불허' 기후변화를 잠재우려면

■마크 샤피로 지음, 알마 펴냄





미국 지질조사국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지구과학자인 크리스토퍼 밀리 교수는 21세기가 시작되자마자 연구팀을 이끌고 강수 패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무려 10년 동안 이어진 연구 끝에 이 팀은 계절에 따른 강수 패턴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관측돼왔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밀리 교수팀은 “예측 가능했던 변수들에 기초한 ‘정상성(stationarity)’은 이제 죽었다”고 결론지으며 무질서와 혼란이 증대된 핵심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미국의 베테랑 저널리스트인 마크 샤피로가 쓴 ‘정상성의 종말’은 세계 과학계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 밀리 교수의 통찰에서 영감을 받아 기후변화가 초래한 갖가지 부정적인 측면을 살펴보고 이를 극복할 해법을 모색한다. 저자는 기자 출신답게 밀리 교수를 직접 인터뷰한 것은 물론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취재한 결과물을 이번 책에 담았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기존의 저작이나 다큐멘터리가 파괴되는 자연과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는 탐욕스러운 세력에 초점을 맞췄다면 ‘정상성의 종말’은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저자는 우선 여름철을 대표하는 과일 체리와 국경에 상관없이 온 인류가 사랑하는 포도의 생산량이 뚜렷하게 줄어드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기후변화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해도 체리나 와인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경각심을 품을 만한 내용이다. 이뿐 아니라 점점 높아지는 해수면은 더 높은 해안 방벽의 건설을 강요하며 갈수록 북쪽으로 이동하는 온난 전선은 공공 보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물론 공신력 있는 기관의 통계도 제시된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3,000곳 때문에 발생하는 환경 비용은 연간 2조1,500억 달러에 달하며 미국 정부 산하 경제자문위원회는 온실가스가 현재 수준으로 배출되면 기후변화로 인한 비용이 10년마다 40%씩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저자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각국의 모습과 탄소 가격 하한제를 시행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사례 등을 제시하면서 ‘화석 연료 없이는 경제 발전도 불가능하다는 착각’을 바로잡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정신을 인류가 되새겨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각 나라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탄소세를 도입하는 것만이 기후변화의 위험을 줄이는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1만8,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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